[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선언함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명분'과 '자금력'의 대결로 압축됐다.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의 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현대차, 4조원 단독 지불 능력 가져 현대건설은 올해 최대어급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채권단 매각 지분 34.88%(3887만9000주)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조7400억원 정도인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쳐 3조5000억~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인수가격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이 단연 유리하다. 현대차그룹은 공식선언을 통해 4조원 이상의 현금을 자체 조달하겠다고 밝히는 등 실탄이 풍부한 상황이다.현대차그룹은 인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대건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자금력이 우수한 자신들이 적임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반면 현대그룹은 2조~3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대그룹은 약 1조원 정도를 자체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략적 투자자 및 재무적 투자자를 이미 확보한 만큼 자금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현대그룹은 자금 확보 걸림돌이었던 최근 13개 국내 금융권의 신규 여신 중단과 만기 여신 회수가 해소된 만큼 숨통이 트였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이와 관련해 그룹 측은 "현대건설 인수만을 위해 준비해온데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 후방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그룹, 건설 적통성 내세워 가격과 함께 따져볼 부분은 명분이다. 인수 후 그룹과의 융화 역시 중요한 결정 요소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 명분은 사실상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통성이 누구에게 있는가로 귀결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가에서 장자 역할을 하고 있고,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정몽헌 회장으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부각시키고 있다.최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관련 TV광고를 시작했다. 고 정주영 회장과 아들인 고 정몽헌 회장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내보내면서 현대건설의 뿌리가 현대그룹에 있음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또 정주영 회장의 유지를 받아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을 지속했던 점, 그로 인해 그룹 전체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당시 범 현대가 내에서 이렇다 할 특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 가운데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 살리기에 사재 4400억원을 출현했던 점 등을 집중 거론하고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직접적인 현대건설 지원에 난색을 표하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현대건설 보유자산 등 매입 대가로 136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장자기업이라는 점 보다는 경제논리로 맞서고 있다. 글로벌 종합엔지니어링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이 적격이라는 것이다.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명분보다는 저평가돼 있는 현대건설의 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시너지는 누가 유리?양측 모두 계열사와의 시너지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우선 현대아산 남북경협사업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대북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북측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사업에 참여할 때 현대건설과 같은 기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현대아산 건설부문과 협력해 영업력 확대도 기대해볼 부분이다.현대증권도 현대건설을 통한 수익증대를 꾀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선진 금융기법을 이용한 다양한 자금운영 방안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현대상선과 현대택배는 현대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재를 담당하고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건설과의 시너지를 생각할 수 있다.현대차그룹은 건설을 글로벌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그룹은 원전 등의 친환경 발전 사업에서 주택용 충전 시스템과 연계된 친환경 주택, 하이브리드(HEV) 및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에코 밸류 체인 완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해외 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과 연계가 가능한데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에서 안정적인 건설 자재 조달도 가능하다.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투자 확대와 전문 인력 확충 등 인수 후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양상이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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