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 '부가세 인상' 비용마련 유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고형광 기자, 양낙규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 신설 논의를 제안함에 따라 통일비용과 통일재원 마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우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부가가치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해 통일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과 독일처럼 소득세, 법인세에 직접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방위세를 통일세로 이름을 바꿔 부활시키는 방안도 고개를 들고 있다. ◆통일비용 얼마일까=통일비용은 통일과정에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비용(식량ㆍ의약품 등지원), 통일 후 모든 분야 통합비용(정치ㆍ군사ㆍ경제ㆍ사회문화 등 제도 통합비용), 북한의 국내총생산을을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소요되는 투자비용(남북간 소득격차 해소)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 국제경제 전문가인 찰스 월프는 북한을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1조7000억달러, 피터 벡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센터 연구원은 통일비용을 최대 5조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통일비용으로 545조8000억원을 추산했고, 조세연구원은 지난해 남북통일 후 20년간 GDP의 7~12%가 통일비용으로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의 선례인 독일은 1990~2009년 2조유로의 총통일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91~1999년 8354억유로의 총통일비용이 들어갔다.

현대경제연구원 2008년 설문조사

◆통일세 징수방안은=조세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신중하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제안한 만큼 정부 안팎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본 다음으로 낮은 수준의 부가가치세율(10%)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통일세 징수의 최우선 대안으로 꼽고 있다. OECD 평균(17%)에 비해 부가가치세 부담이 낮아 국민들을 설득하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부가가치세는 지난해 47조원이 징수돼 전체 국세(164조5000원)의 28.6%를 차지했다. 부가세는 소득이 낮을수록 부담률이 높은 역진성격이 강해 집권여당이 세율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부가세울을 올릴 수 있고 목적세를 신설할 수도 있다"면서 "다른 세목에다가 부과를 하는 것이다. 소득세나 법인세의 몇%, 이렇게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과거에 방위세가 이렇게 했다"고 설명했다.독일의 '연대특별세'(Solidarity Surcharge)를 모델로 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독일은 1991년 '통일연대세(solidarity tax)'로 소득세와 법인세의 7.5%를 징수했다. 1년간 운영된 뒤 폐지됐으나 1995년 다시 부활됐다. 1997년부터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5.5%를 부과하는 것으로 세율을 낮췄다. 방위세 부활 주장도 있다.유경문 서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북 통일초기의 사회적 혼란기에 막대한 재원 조달을 위해 대량의 국채를 발행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북한의 국영기업 매각도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지난 1990년 폐지된 방위세 제도 부활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위세는 기존 세액의 세목에 따라 10~30%를 차등해 추가 부담했다.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 예산상 '사업성 계정'인 남북협력기금을 '적립식 계정'으로 전환한다음 쓰고 남은 돈을 적립한 뒤 통일 이후 비용으로 쓰자는 것으로 협력기금 확대가 열쇠다.지난 1991년 만들어진 남북협력기금은 6월 말까지 9조 9490억원이 배정됐다. 이중 지출된 금액은 5조 5436억원이다. 2000년 81%이던 기금 집행률은 2006년 37%, 2007년 82.2%, 2008년 18.1%, 2009년 8.6%로 떨어졌다. 1991년부터 연간 남는 금액을 적립했더라면 4조 4054억 원이라는 통일기금이 조성됐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그러나 통일을 대비한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기금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국민,"통일은 바라지만 세금은 싫어"=대북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을 환영했다. 국방대학교 김열수 교수는 "이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은 급변사태보다는 장기적으로 통일비용을 마련하자는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더 빨리했어야 했다"며 환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교수는 "통일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논의를 위한 이슈를 던진 것과 통일비용 등 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통일비용부담에 반대하고 있어 정부 대응이 주목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지난 3월 국민 통일의식에 대해 설무사한 결과, 응답자의 84.8%는 '통일이 중요하다'고 했으면서도 통일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가 52.4%, '없다'가 47.6%로 비슷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8년 10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통일을 위해 국민 1인당 일정액의 부담을 져야 한다면 1년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는 질문에 대해'부담하지 않겠다'(30.4%)와 부담해도 '연 1만 원 이하'(24.0%)로 하겠다는 의견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재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하자는 차원"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경호 기자 gungho@고형광 기자 kohk0101@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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