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포스코건설 물환경사업본부 이철 본부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통수학정석, 물리, 생물, 화학...요즘 포스코건설 물환경사업본부 직원들이 한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붙잡고 씨름하고 있는 책들이다. 난다 긴다하는 우수 인재들이 모여 있는 포스코건설 직원들이 난데없이 수능생들이나 볼 수준의 고교 교과서들을 이 더운 여름날 파고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철 포스코건설 물환경사업본부장.
지난달 12일 본부가 출범한 후 본부장으로 취임한 이 철(55) 전무의 불호령 때문이었다. 이 전무는 취임하자 마자 직원들에게 "물 산업을 제대로 하려면 고등학교 수준의 기초 과학과 수학을 알아야 한다"며 시험 일정을 통보했다고 한다. 오는 9월 30일 수학ㆍ과학 시험을 봐서 결과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지침도 함께였다. 덕분에 요즘 포스코건설 물환경사업본부 소속 직원 170여명은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에 빠져 시험 준비에 한창이라고 한다. 지난 12일 인천 송도 사옥에서 아시아경제 기자와 만난 이 전무로부터 직원들로 하여금 기초 과학 공부를 하도록 지시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전무가 보기에 우리나라 물 산업의 기술적 수준은 현재 선진국의 90%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문제는 나머지 10%를 채워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전 직원들이 기초 과학에 능숙해야 하며, 그래야 국내 시장을 제패하고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이 전무의 소신이었다. 이에 따라 전 직원들에게 기초 과학 공부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물을 척 보기만 해도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알아 내려면 철학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 물 환경 산업을 잘 할 수 있다"며 "모든 진리가 담겨 있는 기초과학에 통달해야 세계 수준의 물 기술을 개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의 '고교 기초 과학 공부 지시'는 특히 단순한 직원 교육 차원이 아니다. 오는 2018년까지 500명의 최고 기술 수준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 세계 물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초일류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의 첫 시작이기도 하단다.이를 위해 2~3회 시험을 거친 후부터는 시험 점수를 인사 고과에 반영해 승진ㆍ보직에 반영한다는 계획도 세워 놨다. 이 전무는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사업본부를 별도로 회사로 독립시켜 물과 관련해선 국내외 최고의 기술력과 사업 규모를 자랑하는 공공 기업으로 육성해 보고 싶다는 개인적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이 전무와의 일문 일답- 지난달 물환경사업본부가 출범했는데,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지?▲ 먹는 물부터 공장용수까지 물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가정용 정수기에 필요한 정수 기술 개발부터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동안 토목본부에 포함돼 있었지만 물환경사업본부로 독립되면서 좀더 체계적으로 물 사업 분야를 할 수 있게 됐다. 우선 포스코 제철소의 하수 처리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며, 전국의 다른 기업들의 오폐수 처리 시설을 건설하고 위탁 운영하는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 상수도 사업 진출도 구상하고 있나?▲ 영국의 경우 상하수도 모두 민간이 관리한다. 상수도가 민영화된다고 물값 오르지 않는다. (포스코와 같은) 대규모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물 산업을 맡게 될 경우 오히려 물 생산 비용을 절약하게 돼 물 값이 내려갈 것이다. 대기업은 생산 비용을 낮춘 만큼의 이득을 챙기면 될 것이다. - 국내 대기업 중에선 물 분야 독립 본부 설치가 사실상 처음인데?▲ 코오롱과 웅진이 현재 물 분야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국내 10대 그룹 중에선 처음이다. (개인 소신임을 전제로) 앞으로 회사를 별도로 독립시켜 물과 관련한 세계 최고의 회사로 키우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현재 매출이 5조인데, 2018년까지 3조3000억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6조6000억원대가 목표다. - 향후 물 분야의 시장 전망은?▲ 물 산업은 오염이 심화되고 자원이 고갈될 수록 향후 시장 규모가 커진다. 얼마든지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미래 시대는 식량, 석유가 아니라 물 자원을 놓고 국가간 갈등이 빚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 포스코건설 물환경사업본부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우리는 국내 환경분야가 생소할 때인 1992년부터 환경사업본부를 만들어 물 분야의 노하우를 쌓아 왔다. 현재도 국내 최고의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우수 인력을 스카웃하고 최고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최고의 물 관련 기업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필요하다면 M&A도 할 계획이다.또 KAIST 등 국내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대신 기술을 얻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곧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 향후 사업 계획은?▲ 일단 국내 최고의 물 관련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정수 기술 개발, 하수 및 오폐수 처리 시설 운영 및 수주에 집중할 것이다.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3년 후에는 해외 매출과 국내 매출이 같은 수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프랑스의 베올라 등 세계적인 물 기업들과 상대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력을 갖춘, 규모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초석을 놓고 싶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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