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글로벌 외환시장의 이목이 엔화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6월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경기부양책 효과가 희석되고 있는 상황과 달리 엔화 강세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6일 85.02엔까지 떨어지며 최근의 극심한 엔고를 반영했다. 이는 두바이 쇼크로 엔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 11월27일 84.82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고 현상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지난 1995년 4월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인 79.75엔마저 붕괴될 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엔화가 강세로 치닫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글로벌 달러 약세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기지증권(MBS) 만기 도래시 미국 장기국채 매입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미 국채금리 하락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질수록 달러 매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부각될 때마다 도피처로서 엔화가 부각되는 점도 엔화 매수를 불러내고 있다.무엇보다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 강세를 저지할 유인이 없는 점도 엔화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일본은 여전히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굳이 엔화를 팔고 위험자산으로 갈아타겠다는 세력도 약하다. 일본 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보유지분이 일본주식 25%, 채권 5%에 불과해 외인자금의 추가 순유입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 상황에서 엔화 강세를 막을 재료로 가장 유력한 것은 일본은행(BOJ)의 시장개입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2004년 2월26일부터 3월29일까지 약 4조7026억엔의 개입을 단행했다. 이후 외환시장 개입 실적은 거의 전무했고 일본은행의 스탠스는 "여간해서는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엔고가 다시 진행되자 일본정부가 구두개입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실개입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지난해 11월27일 달러엔이 84.82엔까지 빠질 때도 일본은행은 개입에 나서는 대신 엔화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0.1% 금리의 3개월 만기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 최근 일본계 유력 증권사는 "일본은행은 영란은행(BOE)나 연준(Fed)과 달리 경기 변화에 반응해 행동할 여지가 별로 없다"며 "선진7개국(G7)이 최근 외환시장 조작에 대해 부담을 나타내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본 재무성도 엔화 약세를 위한 시장 개입을 단행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때문에 엔화 강세 지속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미FOMC에서 양적완화를 추가로 실시하겠다고 했고 이 경우 전세계적으로도 달러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일본 역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지만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추가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찍은 84엔대 저점 돌파시 일본 당국이 개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엔화 강세가 원·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함께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이다. 한 외환딜러는 "최근 원화와 엔화간 연결고리는 약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선영 기자 sigumi@<ⓒ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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