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쇼핑객 실수로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다른 쇼핑객이 다친 경우에도 백화점이 피해 상당부분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와 상관없이 백화점의 고객보호 의무를 보다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임영호 부장판사)는 롯데쇼핑이 다른 쇼핑객 실수로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면서 넘어져 다친 윤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롯데쇼핑이 윤씨에게 진 손해배상금 지급채무는 190여만원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7일 밝혔다.2008년 7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윤씨는 다른 쇼핑객이 실수로 충격을 가해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면서 넘어져 목과 허리를 다쳤고 백화점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치료비 200여만원을 받았다. 윤씨가 백화점에 치료비와 위자료를 추가로 요구하자 백화점은 책임이 없다며 소송을 냈고, 윤씨는 맞소송을 냈다.재판 쟁점은 법이 정한 기준에 맞게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에서 쇼핑객 실수로 일어난 사고까지 백화점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외부 충격 등으로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출 가능성까지 고려해 백화점이 사전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백화점이 법정 기준대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고 해서 나중에 생긴 자연적ㆍ인위적 변화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예방 조치 의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가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는 기계 결함은 물론 외부 충격이나 이물질 끼임 현상 때문에 갑자기 정지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면서 "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출 경우를 대비해 경고 문구를 붙이거나 충격 완화 시설을 갖추는 등 방호조치를 할 의무가 가진다"고 덧붙였다.재판부는 피해액 70%인 190여만원을 백화점 책임으로 돌리는 한편 나머지는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주의를 집중했다면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는 판단에서 윤씨 책임으로 남겼다.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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