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현장방문..'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된다'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에서 40~50% 이자 받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에서 상담을 하러온 정모씨를 만나 대출상담을 하면서 대기업 계열의 캐피탈 회사들의 높은 이자율에 놀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씨의 대출관련 서류에서 모 캐피탈 회사로부터 대출받은 경력을 보고,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 "(캐피탈 회사의) 이자율이 얼마냐"고 질문했다.이 대통령은 캐피탈 회사 이자율이 40~50%라는 답을 듣고서는 "이자 많이 받는 것 아니냐. 금융위원장, 사채하고 똑같잖아. 사채 이자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진 위원장은 "신용이 좀 안좋아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이 대통령은 "신용 좋으면 여기서 돈 빌리나"면서 "간판도 없는 사채업자나 많이 받는 줄 알았더니 캐피탈 같은 데서 이렇게 이자 많이 받는 줄 몰랐다. 이 사람들이 구두 팔아서 40% 넘는 이자를 어떻게 갚나. 일수 이자보다 더 비싸게 받아서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정씨가 대출받은 캐피탈이 소속된) 이 그룹이 미소금융도 하죠? 이 그룹에 가서 미소금융에서 돈 빌려서 이 그룹 소속 캐피탈에 갚는 걸로 해보라"고 권했고, 권씨는 "아, 그렇게 하면 되겠다"고 답했다.이 대통령은 진 위원장에게 "큰 재벌에서 이자를 일수 이자 받듯이 이렇게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맞지 않느냐"면서 "이렇게 높은 이자를 받고 캐피탈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현장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과 똑같다"고 덧붙였다.진 위원장이 "조달금리가 높다. 채권이자로 조달하니까"라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큰 회사들이 채권 발행하는데 뭐 그렇게 이자가 비싼가"라고 되물었다.이 대통령은 이어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이 이렇게 이자를 많이 받으면 나쁘다고 나는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출 못받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이렇게 많이 받으면 되겠나"고 언급했다.이 대통령은 정씨에게 "미소금융에서 빌려서 캐피탈부터 갚아라. 미소금융 이자는 은행이랑 비슷하니까. 이렇게 이자가 비싸니 장사하는 분들이 용을 써서 일하는데 이렇게 이자를 많이 주면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했다.아울러 "내가 이렇게 했다고 돈 빌려줄 걸 안빌려주는 것은 아니고. (웃으면서) 나는 미소금융에서 빌려서 이것부터 좀 갚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는 걸 가지고 운영자금 구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이 대통령은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이사장에게 미소금융과 관련해 "이게 대기업이 하는 일 중에 작은 일이어서 소홀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대기업들이 애정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또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이 시장 골목에 위치한 것에 대해 "나는 시장 골목길에 연 것은 잘 했다고 본다. 시내에 빌딩이 많은 데 열어봤자 창업하는 사람들이나 찾아오지. 시장 골목에 있으면 시장사람들과 호흡과 같이 하고 도움된다. 시작한 지가 얼마 안돼서 아직 인식도 덜 돼 있고 하니 한꺼번에 확대가 잘 안되지"라고 전했다.이 대통령은 미소금융사업에 일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려는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없는 사람들이 은행 가서 정식으로 대출받을 수 없다. 어려운 사람들 찾아왔을 때 잘해주면 좋겠다. 일도 아시고, 봉사정신도 높고 그런 분들을 잘 찾아보라"고 당부했다.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대통령이 중산층·서민과의 소통과 지원책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대기업들도 앞장서서 미소금융을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아직까지 진도가 미흡한데 7월에 기준 바꾼 다음에 조금씩 (대출자가) 늘고 있고, 하반기 조금 더 기준을 조정해서 미소금융이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알렸다.이 대통령은 "이자를 좀 낮춰서 빌려주는 것일 뿐 아니냐.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식만 하면 미소금융이 참 잘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국가가 이런 것에 대해 애정을 갖고 해야 한다. 정부가 하라고 해서 하면 절대 성공 못한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과거에 비하면 인프라가 잘 깔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격차가 점점 심해지지 않나"라며 "대기업은 몇 천억 원 이익 났다고 하는데, 없는 사람들은 죽겠다고 하니까 심리적 부담이 되지않느냐. 그래서 대기업들도 (정부가) 하라니까 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방문에는 진 위원장, 김 이사장, 정 회장 등과 신헌철 SK미소금융이사장, 이종휘 우리미소금융이사장, 최중경 경제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이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방문을 끝낸 뒤 미소금융 수혜자와의 오찬 장소인 칼국수집까지 200m를 이동하면서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했다. 도중에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사서 먹고, 수박가게에서 수박 1통을 직접 1만2000원에 구입했다.조영주 기자 yj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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