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심 위축 개선이 유일한 모멘텀..미 반등 기다려야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때로는 미묘한 어감의 차이가 뜻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경우가 있다. 뭔가를 제안했을 때 상대방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이라고 대답했다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일까, 받아들이기엔 불편하다는 뜻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뜻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상대방으로부터 이같은 대답을 들었을 때 '안되지 않는다고 했으니 된다는 뜻'으로 멋대로 받아들여 무리한 부탁을 요구할 경우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가 서먹해질 수 있다. 미묘한 어감의 차이다. 전일 국내증시는 상당한 저력을 보여줬다. 헝가리 국가 디폴트 가능성 언급과 미 고용지표 부진이라는 두가지 악재 속에서도 코스피 지수는 미 증시나 여타 아시아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620선 부근에서 하방경직성을 확보하며 이 부근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차익 매수세 유입이다. 장 초반에는 현ㆍ선물 시장 하락 속도 차이로 인해 베이시스가 개선되면서 차익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비차익 거래는 베이시스와 관계없이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며 장 막판까지 지수의 낙폭을 줄여내는 역할을 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500억원 이상 비차익 매수세가 유입됐던 경우의 공통점은 지수 급락과 베이시스 약화가 나타났는데, 이날 지수가 재차 급락할 경우 또다시 비차익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일정 수준에서 버팀목의 역할을 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증시가 전일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추가 반등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차익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추가 하락을 저지했지만, 이것이 지수를 상승세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등 모멘텀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말 그대로 다른 증시에 비해서는 하방 경직성을 보여줬을 뿐이며, 그것의 의미를 확대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미묘한 어감의 차이지만 그 뜻은 180도 달라진다. 너무 비관적이라는 의견도 나올 수 있지만, 지난 밤 뉴욕증시의 움직임을 보면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는 것이 다소 위험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지난 밤 뉴욕증시는 재차 하락세를 보였는데, 헝가리 디폴트 가능성 및 미 고용지표 부진이라는 악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사실 헝가리 디폴트 가능성은 그리 큰 악재는 아니었다. 헝가리가 유럽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데다, 지난 밤에도 헝가리 정부가 '국가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해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며 투자자들을 안정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추가 하락세를 보이며 7개월래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미국이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유로존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미 증시가 그나마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던 것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미 고용지표가 상당히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경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시그널이 확인되자 투자자들은 미국 역시 글로벌 경기 우려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 이에 따라 헝가리 사태 및 고용지표 부진을 빌미로 삼으며 그간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수준을 되돌리기 시작했음이 지난 밤 뉴욕증시에서 확인된 것이다. 독일 제조업지표가 예상외로 개선됐음에도 유로 약세에 기인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투심을 악화시켰고, 애플이 아이폰 4를 공개했지만 오히려 애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 역시 위축된 투심을 반영하는 부분이다. 4월 소비자 신용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악화된 3월 수치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증시의 유일한 모멘텀은 미 증시다. 비차익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하락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현상에 그칠 뿐, 미 증시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전일 제한적인 낙폭을 보인 것이 이날 국내증시 하락세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여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전일 저점(1618)을 하회할 경우 뚜렷한 지지대를 찾을 수 없다. 변동성 확대와 추가적인 낙폭 확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시점이다.
김지은 기자 je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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