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서 이창동 감독(사진 왼쪽)과 윤정희가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칸(프랑스)=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한국에 있을 때 상은 많이 탔으니 이번에는 이창동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탔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 작품으로 연기를 끝내지는 않을 거니까요."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시'의 주연배우 윤정희는 영화계의 까마득한 후배인 이창동 감독에게 큰 상이 돌아가길 바라고 있었다.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는 윤정희는 20일 오후(현지시간) 칸 해변에서 밝은 모습으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칸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밝혔다. "2년 전 이창동 감독이 저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가 영화배우 생활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여기 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배우로서 자랑스러워요. 경쟁이나 수상으로 판단하는 건 피곤해요."윤정희가 주목받은 것은 19일 오후 열린 '시' 레드카펫 행사와 갈라 스크리닝이었다. 그는 우아한 한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올라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머리는 제가 직접 한 거고 의상은 제 남편이 골라준 거예요. 제가 어디 나서서 하는 걸 과히 안 좋아하는 편인데 의상 때문에 옷을 두 번이나 했어요. 하나는 마음에 안 들어서 없애버렸죠. 동생이 사는 여의도에 제 남편과 둘이 가서 색깔도 고르고 입어보기도 했어요. 심플한 한복으로 하자고 했죠."'시'에 대한 윤정희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는 "이창동 감독의 다른 작품도 좋지만 이번 작품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국내 흥행에 대한 염려도 드러냈다. "이 영화가 절대로 어려운 작품이 아니에요. '시'라는 게 제목일 뿐이지 시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영화가 아니란 거죠. 시라는 배경을 두고 인간의 진실성과 도덕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관객들에게 좀더 다른 방법으로 알려져야 할 것 같아요."칸영화제에서 '시'가 공개된 뒤 여우주연상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하는 매체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윤정희는 혼자서만 조명받는 여우주연상보다는 다른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을 위해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아요. 모든 스태프들이 노력한 보람을 위해서라도 황금종려상을 받아야죠. 나 혼자만 즐거움을 가질 순 없잖아요."윤정희는 '시' 개봉을 앞두고 국내에서 50여개가 넘는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젊은 배우들도 힘들어 하는 고된 일정의 인터뷰지만 윤정희는 주연배우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고 말했다. '시'가 국내 극장가에서 받은 상처를 칸영화제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지는 23일 폐막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경석 기자 kave@<ⓒ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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