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매매 변곡점 도래..순매수 변화 가능성은 낮아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서 연일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온 순매수 기조에 방점을 찍은 것인지, 단순한 차익실현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에 접어든 이후 단 두차례를 제외하고는 연일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하루만에 1조2500억원을 팔아치우는 등 사상 최대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이기도 했고, 7000억원 이상 매도에 나선 것도 지난 6일과 17일 두차례나 된다. 지난 3월과 4월 두달간 10조원에 가까운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5월 들어서만 4조원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이고 있으니 지난해 3월 이후 지속된 순매수 기조가 모두 끝났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매가 변곡점에 놓인 시점이라며 지금부터의 매매패턴이 추세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의 흐름을 보면 지금이 손익분기점인 시점"이라며 "여기서 더 팔면 한국물을 처분하는 셀코리아로 볼 수 있지만, 매도세가 주춤해진다면 다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혹은 매수 여력을 키우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익분기점 이하, 즉 손해를 보면서도 매도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매도세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단순히 차익실현 과정이며 향후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의 매매 패턴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최근 외국인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것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다. 유럽발 리스크가 불거지면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강해지고,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대책마련 등 호재성 이슈가 등장하면 매도세가 주춤하거나 소폭의 매수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외국계 자금 중에서도 유럽계 자금의 움직임이 전체 외국인의 매매를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증시 시가총액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 규모로 따지면 289조원 상당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이 중 미국계 자금은 38%(110조원)를 차지하고 있고, 영국계 자금은 12%(35조) 정도 차지한다. 프랑스나 독일은 1~2%, 노르웨이나 스위스 등 여타 유럽 국가들은 0.3% 수준에 불과하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발 악재가 불거질 경우 유럽계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사실은 여타 유럽국가들의 비중이 미미한 만큼 영국계 자금이 얼마나 이탈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유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당시 미국에서 1년간 나온 영국계 자금은 약 25조원 수준인데, 이는 전년대비 20% 가량 이탈한 수준이다. 만일 국내증시에서도 20%가 이탈한다면 영국계 자금에서 이탈할 수 있는 규모는 약 7조원. 5월 들어 이미 4조원 상당이 출회된데다 현 시점은 지난 서브프라임만큼 악조건이 아닌 만큼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는 매물은 제한적인 수준이며, 따라서 향후 매도 강도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유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주춤해질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대외환경이 불확실성 속에 있는 만큼 급격히 순매수세로 돌아서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점은 증시 전문가들 역시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현재 외국인의 매물을 모두 소화해내는 주체가 개인 투자자들인데, 외국인이 매도세를 지속하면서 지수가 쉽사리 반등하지 못한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결국 손해보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애널리스트는 "개인 투자자들 속에는 직접 투자자도 있지만 슈퍼개미, 랩상품 등도 모두 개인으로 분류된다"면서 "과거에는 개인이 지수와 반대로 가면서 손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 만큼 그렇게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에 속하는 그룹의 성향이 다양한데다 이들이 종목별 대응에 취중하고 있는 만큼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반드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실제로 5월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대형주 위주의 매수에 집중하면서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5월 3일 이후 지금까지 순매수한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생명(5625억7800만원), 하이닉스(5094억3600만원), 삼성전자(4537억300만원), 포스코(3439억8300만원), LG전자(2517억100만원) 등 모두 시가총액 10위권내에 포함된 종목들이다. 대형주에 대해 집중적으로 매수, 즉 장기투자에 나선 만큼 현 시점에서 수익률을 가지고 승패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유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고, 5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규모의 대부분이 삼성생명 청약 환급에 따른 자금으로 파악되는 만큼 매수세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1600선 후반부터는 신규자금 유입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43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5.99포인트(-0.36%) 내린 1645.52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이 2300억원의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85억원, 1036억원의 매도세를 기록중이다. 김지은 기자 je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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