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코리아'의 잃어버린 2년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현정부 출범후 2년여가 훌쩍 지났다. 쏜살같이 빠를수도 있고, 더디기만 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부 해체를 신호탄으로 IT산업과 거리를 두면서 관심을 끊어버렸던 현정부로서는 고통스럽기만 한 세월이었다. 지구촌이 온통 '모바일혁명'을 겪으며 변화의 소용돌이에 적응하느라 절치부심하는 중에도 우리 정부는 이같은 시류를 애써 외면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ICT(정보통신기술) 코리아'라는 이미지 마저 큰 타격을 받게 됐다.초고속 인터넷과 무선통신을 발전시키며 확보한 우리의 ICT 경쟁력지수는 지난 2007년만 해도 OECD회원국 중 3위였다. 'IT코리아'가 마치 보통명사처럼 쓰이던 시절이었다. 국산 반도체 LCD는 물론 휴대폰 MP3플레이어가 세계시장을 휩쓸었고 당연시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그 순위가 16위로 추락했다. 애플,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며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고 열어젖힐 때 우리는 뒷걸음질만 한 셈이다.해외보다 2년이나 늦게 국내에 도입된 애플의 아이폰이 우리 사회가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준 것만 봐도 우리가 지난 2년간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하지만 뒤늦게나마 업계를 중심으로 모바일 코리아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산업을 선도하고 진흥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정부부처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ICT진흥 정책은 모바일 혁명을 위한 힘의 결집이 아니라 자기 부처나 제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우리의 ICT정책이 정통부 해체와 함께 부문별로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갈갈이 찢긴 뒤 어쩔 수 없이 빚어지는 현상이다.막상 ICT산업을 지원하려고 해도 콘트롤 타워가 없으니 중심을 잡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에 IT특보가 신설됐지만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기는 커녕 목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다. 기업만 이곳 저곳 눈치를 봐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게임 사전규제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했다가 소관부처인 문화부의 반발을 샀다거나 방통위와 지경부가 밥그릇싸움으로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다는 것은 이제 더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통신사 대표가 지식경제부에 불려가야 하며, 휴대폰 제조사가 방통위의 부름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상하기만 하다. 요즘 국내기업들이 해외기업과의 경쟁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인터넷 본인확인제를 비롯해 스마트폰 공인인증서 문제, 게임 심의 등도 우리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가운데 하나다.이 같은 상황에서 현정부 인수위 시절 정통부 해체에 한몫을 담당한 김형오 국회의장이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IT정책 총괄부처를 부활하자고 제안한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스스로 머리를 깍지 못하는 정부 대신 국회가 나선 형국이다. "현정부의 정통부 해체는 사려깊지 못했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고백에 이어 나온 이번 김의장의 제안이 MB정부의 대오각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물론 말이 아니라 실천이 뒷받침 돼야 한다.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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