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팀 차장]
당시 삼양식품의 ‘어린이라면’ 인쇄 광고
◆ 1970년에 ‘어린이라면’이 있었다고? 80년대 수출입 자율화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생산자 본위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공산품 공급이 소비자 수요에 비해 부족하던 시기라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만들면 불량제품이 아닌 다음에야 성공하는 시절이었다. 따라서 요즘은 흔해진 ‘고객지향적 마인드’에 근거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8년도에 농심에서 ‘아낌없이 담은라면’이라는 제품이 출시됐지만 역사를 거슬러 가 보면 삼양식품에서도 1970년도에 ‘어린이라면’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낸 바 있다. 칼슘이 포함돼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컨셉트는 비슷하지만 칼로리 측면에서 보면 요즘의 제품과 전혀 다르다. 당시 광고문구를 보면 100그람들이 1개당 455kcal의 열량을 자랑하는데, 요즘의 120그람짜리 일반 라면에 육박하는 수치로 배고팠던 그 시절의 단상을 엿볼 수 있다.
1985년 3월 동아일보 보도
◆ 미국 수출 전면금지? 1985년 3월 미국은 한국산 라면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원인은 라면스프에 함유된 설탕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설탕수입쿼터 규제법을 통해 자국의 설탕값 안정을 도모하고 있었다. 따라서 타국에서 생산된 설탕 수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고 하필 라면스프에 미량으로 포함된 설탕이 꼬투리가 된 것이다. 당시 총 수출실적 1000만달러 규모 중 절반 이상을 미주지역에서 올리고 있던 한국 라면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설탕을 감자원료 포도당으로 교체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는데, 이면에는 일본 라면업계의 배후설이 있었다. 바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주시장에서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하고 있던 ‘삿포로이치방’이 한국산 라면 수출 활황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이를 미국 정부측에 재보했다는 것이다.
1986년 3월 경향신문 보도
◆ ‘찬양’ 받기도 ‘찬밥’ 될 뻔하기도…요즘 라면은 간편식이나 간식의 개념이지만 출시된 후 한국경제가 궤도에 오르기 전 까지는 대용식의 위치에 있었다. 특히 밀가루를 원조 받던 시절에는 라면이 부족한 쌀 생산량을 대체하는 훌륭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혼분식 장려책과 함께 판매에 큰 힘을 얻기도 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라면도 경제성장기에 접어들어 위상이 크게 흔들릴 뻔한 위기가 있었다. 바로 1986년 경제기획원에서 외화절감 대책으로 정부차원의 ‘라면 덜먹기’운동을 논의한 것이다. 이때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 역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쌀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외국문화가 유입되면서 식생활은 서구화 되고 쌀 소비량이 줄며 반대로 밀가루 수입량은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었지만 라면업계로서는 예상치 못한 큰 위기를 겪을 뻔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차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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