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기자
1967년 6월 선경화섬 기공식. 선경은 아세테이트 공장과 폴리에스터 공장을 잇따라 착공,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최종현 회장의 끈질긴 집념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한국 정밀과학 기술의 금자탑으로 평가받는 폴리에스테르 필름과 비디오 테이프. 폴리에스테르 제조 기술은 당시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만의 독점물이었으며 어느 나라도 기술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연구 개발비 400억원을 투입해 3년여 각고 끝에 폴리에스테르 필름을 개발했고 마침내 비디오 테이프 개발에도 성공을 거뒀다.그러던 중 세인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 터졌다. 지금의 SK그룹을 있게 한 가장 확실한 전환점이 바로 이 때다. 유공(현 SK에너지)을 선경이 인수하게 된 것. 정부가 유공의 민영화 방침을 발표했을 때 재계에는 선경이 유공을 사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경쟁에 참여했던 대기업들은 자산 규모, 재계 영향력, 현금 동원력에 치중했다.하지만 최종현 회장은 10여년 동안 공을 들여 온 산유국과의 인맥을 통한 정면 돌파로 유공 인수에 성공했다. 정부가 선경을 유공의 인수 기업으로 선정한 사실을 밝혔을 땐 이미 최종현 회장이 알 사우디 은행과의 1억달러에 대한 장기 차관 교섭을 끝낸 상태였다. 당시로서는 정부가 나서 차관을 얻으려고 해도 '광주사태' 이후의 정국 불안으로 인한 리스크 때문에 차관을 주겠다는 나라가 없던 어려운 때. 그런 시기에 최종현 회장이 차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은행의 대부분의 주주가 오랜 신의로 다져온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유공을 인수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최종현 회장은 종합 에너지ㆍ종합 화학기업으로의 과감한 기업 변신을 단행했다.선경기계㈜, 선경금속㈜, 선경머린㈜, 선경목재㈜ 등 중소기업형 계열 기업 16개를 매각, 해산 정리하고 1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1991년 6월에 9개의 신규 석유화학 공장을 준공하면서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대망의 수직 계열화를 이룩해 냈다.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