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워런 버핏의 투자원칙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근거한 장기 투자'다. 그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를 이겨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대명사도 우리 시장에서는 또 다른 의미가 된다. 이른바 '버핏 테마'가 그것이다. 지난 2009년 11월 코스닥시장은 철도와 풍력이 버핏 테마로 들썩였다. 11월3일(현지시간)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1위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샌터페이(BNSF)' 지분 77.4%를 26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히자 다음 거래일에 대아티아이를 비롯한 철도 테마주들이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세명전기, 삼현철강 등 기존 테마주뿐 아니라 리노스, 에스인포텍 등 철도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회사들이 테마에 합류하며 급등했다.11월10일에는 또 다른 버핏 효과가 시장의 발전기를 돌렸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인 미드아메리칸에너지 이사회가 20억달러의 풍력발전 투자안을 승인했다는 보도 때문이다. 풍력 테마주인 용현BM이 7.95% 상승하며 분위기를 주도한 가운데 현진소재가 3.99%, 태웅이 2.80% 올랐다. 올해 역시 버핏 테마는 힘을 발휘했다. 2월16일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피닉스 지역 쓰레기처리업체의 주식을 늘렸다고 밝히자 산업폐기물 관련 업체인 코엔텍과 와이엔텍이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며 화답했다. 쓰레기 매립가스사업을 하는 서희건설, 에코에너지홀딩스, 인선이엔티 등 관련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이런 '버핏 따라잡기' 식의 투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버핏의 투자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측이다. 버핏의 투자가 당장 실적개선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 만큼 주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된 철도 산업은 버핏의 발표 다음날 정부의 관련 산업 지원 소식이 이어지며 상승세를 이어 가기도 했다.반면 원칙 없이 따라가다가 큰 위험에 노출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버핏의 투자원칙이나 시장을 보는 관점을 참고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국내 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아닌 만큼 테마만 따르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폐기물 관련주로 버핏 효과를 입었던 서희건설이 그 예다. 버핏 테마로 주목받은 당일 급등했다가 다음날 실적 악화발표 발표와 함께 급락세로 돌아섰다."성장주 투자와 가치주 투자를 상반된 투자방식이라고 주장하는 시장분석가와 투자관리자들은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성장은 가치등식의 한 구성요소일 뿐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이 말을 통해 우리가 그의 철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가치 투자자지만 성장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장성에 매몰돼서 가치 투자를 게을리 하지도 않았다. 그가 현인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런 균형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박지성 기자 jise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박지성 기자 jiseo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