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추위 여전하지만 개화시기는 빨라져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지난 1일 오후 강원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대관령에서는 40cm 가까운 적설량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매서운 추위였다. 봄을 알리는 3월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많은 눈이 내리며 여전히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는 시기가 예년보다 5일 가량 빨라진다는 뉴스도 있었다. 개나리는 3월11일 서귀포에서 피기 시작하고, 진달래의 경우 3월12일이 서귀포 지역의 예상 개화 날짜다. 때늦은 기습폭설 소식에 몸을 웅크리지만, 봄이 오는 소리는 오히려 예년보다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도 비슷한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거센 강풍에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봄이 오는 소리를 엿들을 수 있다. 거센 강풍이 불어오는 곳의 중심에는 '경기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 2월 ISM 제조업지수가 전월대비 소폭 하락하면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2월 고용지표 역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월 미국에서는 지독한 폭설이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 주(20일 마감기준)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 예상보다 무려 3만6000건 증가하며 투자자들에게 우려를 안겼고, 4주 이동평균치 역시 전주보다 6000명 늘어 3주만에 증가세로 방향을 틀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폭설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으로 간주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최근 20년동안 미국에서는 1994년 2월, 1996년 1월, 2007년 2월 폭설이 있었는데 폭설이 내린 달의 비농업고용은 전월보다 평균적으로 11만명 감소했다. 반면 폭설이 지난 다음달에는 평균적으로 29만명 증가했다. 폭설로 인해 실직자들이 구직활동을 늦추고 폭설이 모두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올해 2월 역시 최악의 폭설을 기록했음을 감안한다면 3월에는 갑작스런 고용증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노동시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2월 PMI가 예상외로 급락했다는 점 역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이슈만은 아니다. 2월 중국 제조업 PMI지수는 전월대비 3.8포인트 하락한 52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 50을 넘어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자산시장의 버블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 기조를 내세운 중국 입장에서는 2월 제조업 PMI지수의 급락에 따른 정책적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가 긴축기조를 강화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3월 초 예정돼있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이 야기할 수 있는 실물경기 회복기조 훼손 부담을 감안할 때 긴축 강도를 오히려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고용악화 및 중국의 PMI 급락이 거센 강풍이 몰아치고 있는 부분이라면, 봄이 오는 소리는 그리스로부터 들려온다.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를 괴롭히던 악재가 바로 그리스의 재정위기인데, 그리스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면서 악재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먼저 프랑스와 독일의 국영은행이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약 200억~3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지원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은 그리스에게 수일내로 추가적인 재정긴축 조치를 발표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는 EU의 그리스 지원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소식에 유로화가 달러화대비 반등 추세를 보여주고 있고,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를 보여주는 호주달러가 반등하는 동시에 JP모건 EMBI 스프레드는 하향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발 불확실성 완화가 글로벌 각종 가격변수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만큼 국내증시에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날씨가 여전히 추운 것 같지만 지난 1~2월의 매서운 추위를 떠올린다면 눈에 띄게 따뜻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일부지역의 폭설 소식에 자꾸만 몸을 웅크리기보다는 봄이 찾아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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