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석기자
영화 '아바타' 제작 현장(아래 오른쪽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가 23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이 영화는 22일까지 976만 4361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을 동원해 23일 1000만 돌파가 유력하다. '아바타'의 1000만 관객 돌파는 외화로는 최초의 기록이며 역대 개봉작 중에는 여섯 번째 성적이다. 국내영화로는 '실미도'(1108만)를 시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왕의 남자'(1230만), '괴물'(1301만)을 거쳐 '해운대'(1139만)까지 다섯 작품만이 '1000만 클럽'의 회원이다. '아바타'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은 이전 다섯 편의 한국영화가 1000만명을 넘어섰을 때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사상 처음 1000만명을 넘어섰던 당시의 충격과도 성격이 전혀 다른 충격이다. ◆ 영화관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1000만 고지에 등극한 국내 영화들의 공통점은 '한국적인 정서'였다. 10대부터 60대까지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소재가 있어야만 10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돼 왔다. 아무리 반복관람 관객수가 많더라도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의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1000만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외화에는 무엇보다 어린이 관객과 장년층 관객이 꺼리는 자막이 있고 낯선 정서가 있다. '아바타'도 예외는 아니지만 이전 외화보다는 전혀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3D영화라는 점이다. 그러나 단지 3D영화라는 점이 흥행의 이유라면 '베어울프'나 '폴라 익스프레스' 같은 3D영화들이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원인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입소문의 영향력이 가장 늦게 도달하는 중장년층 관객이 '아바타'를 찾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3D영화의 관람이 아닌 '체험'이다. 기술적으로 미흡했던 이전의 3D영화와 달리 '아바타'는 놀이동산 체험관 같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마치 무성영화 시대에 유성영화가 출현하고, 흑백영화 시대에 컬러영화가 출현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이전 3D영화와 달리 유난히 '아바타'의 3D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3D상영관 수의 증가, 대대적인 홍보와 입소문, 이전 3D 기술력과 비교할 수 없는 정교한 3D효과, 3D 효과를 최대한 만끽할 수 있는 화면연출과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어린이 및 중장년층 관객, 반복관람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다. ◆ 극장산업, 3D를 고민해야 할 때'아바타'의 충격은 사실상 관객보다 극장주들에게 먼저 가해졌다. 관객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아바타'의 흥행은 새로운 볼거리,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갈증과 수요를 확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국 117개 3D 스크린 중 80개를 보유하고 있는 CGV는 향후 전체 스크린의 30% 이상을 3D 상영관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0개를 보유한 롯데시네마도 6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일반 상영관보다 2배 내외의 투자비용이 든다는 단점에도 3D 상영관을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아바타’가 증명해준 셈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일찌감치 3D 영화가 전세계 영화산업을 바꿀 것을 예측하고 4년간 50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아바타' 제작에 몰두해 결과적으로 전세계 영화산업을 뒤흔들어놓았다. ◆ 국내 제작자들도 3D 영화 제작에 나선다할리우드 영화에 점령당한 북미 이외 지역 국가들의 제작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걱정거리를 떠안게 됐다. 최첨단의 기술력과 대규모의 자본력을 갖춘 할리우드에 대항해 이미 눈높이가 '아바타'에 맞춰진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3D 장편영화가 제작된 바 없다. 일반 영화보다 30~50%의 제작비가 늘어난다는 부담은 물론 기술력이 확보돼 있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곽경택 감독의 ‘아름다운 우리’, 윤제균 감독의 ‘7광구’와 ‘템플스테이’ 등 3D로 기획되는 국내 영화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전세계 영화산업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함을 대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윤 감독은 "할리우드는 저 멀리 앞서 달려가는데 넋 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며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지금부터 도전해서 노력하다 보면 수년 안에 우리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