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우리시대 전우치는 어디에 있는가

영화 '전우치'의 관객몰이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4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500만명을 향해 쾌속 항해를 하고 있다고 한다.이런 식으로 가면 근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타짜'의 기록을 갈아치울지도 모를 일이다. 3D 영화 '아바타'를 비롯해 볼게 늘려있는 영화가에서 굳이 한국영화 '전우치'가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혹자는 줄거리를, 혹자는 주인공의 연기를, 또 어떤 사람은 조연들의 연기를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훈남 강동원이 벌이는 익살스런 연기 즉 망가지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어필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어떤 이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글래머 배우 김혜수의 연인이자 감초연기의 대가인 유해진을 얘기한다.맞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팍팍한 세상살이를 잠시 제쳐둘 수 있는 현실도피처를 제공하한게 적중했다고 말한다면 어폐가 있을까.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이런 말을 대놓고 부정하지 못하리라. 대강 이렇다.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신선들이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와 화담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는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살해당했고, 피리 반쪽도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개 초랭이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된다. 장면은 바뀌어 2009년 서울. 요괴들이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자 신부와 중, 점쟁이로 은둔하고 있던 신선들은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족자에서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이들은 요괴들을 잡아 오면 봉인에서 완전히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전우치는 요괴 사냥에 나서지만 달라진 세상구경에 바쁠 뿐이다. 게다가 사랑놀음에 빠지기도 한다. 어디 술법이 가능할까.사람이 날아다니고 족자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족자밖으로 나오다니 그게 말이나 되나. 그러나 사람들은 환영하고 몰입한다. 현실을 잊는다. 이 영화가 현실도피로 재미를 본다고 말하는 이유다. 주변을 돌아보자.잔설이 있다.얼어있다. 매연에 올라붙어 거무튀튀하다.삭풍은 뼈를 시리게 한다.어디 그 뿐인가. 들리는 소리치고 어디 즐거운게 없다. 물가는 뛰고 등록금이 뛰고 유가가 뛰고 전세값이 있다.월급쟁이 봉투 두터워질줄을 모른다.돈있는 사람도 투자하기가 겁난다. 세종시로 정치권은 매일 다툰다.싸우는데는 여와 야가 따로 없다.다시는 안볼듯이 드잡이를 하고 있다.이러니 신문 방송 보기가 지겨울 수밖에 없다.세상만사 잊고 싶다.전우치는 우리들의 이런 심리를 절묘하게 긁어주고 있다.그러니 극장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킬킬대며 시간만 보내지 말라. 코믹영화라도 얻을 것은 얻어야 영화비를 건지리라. 억지로라도 뭔가 배워보자는 뜻이다. 그래야 자식놈에게 아느체 할 수 있지 않겠나.고전 '전우치전'의 주인공 전우치는 송도에 사는 선비다. 도술을 지길고 있으면서 은둔하고 있다.그러다가 빈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보고 세상에 나가 옥황상제의 신하로 변신해 임금에게 황금 들보를 바치라고 명한다. 전우치는 이 들보의 절반을 베어 외국에 팔아 쌀 10만석을 산뒤 10만의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준다.전우치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탐관오리를 징벌하며, 나라를 어지럽히는 도적을 체포하는 등 큰 공을 세우지만 역적 모함을 받아 도망친다. 세상살이 어떻게 소설처럼,영화처럼 되겠나. 그래도 그런 전우치가 있으면 좋겠다.이 시대는 전우치를 갈구한다. 그는 어디에 있는가?.박희준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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