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문화체험교육현장에서 만난 다문화가족들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유아교육진흥원 교육동에서 탈춤놀이를 하기 위해 바트치맥(29)씨와 그녀의 딸 나몽(5)이 탈을 만들고 있다.
[아시아경제 문소정 고정수 기자] 도우미가 있었고 ‘배우미’가 있었다. 한국전통문화교육의 도우미를 자처한 서울시 유아교육진흥원은 최근 처음으로 '다문화가족 한국전통문화체험 교육'을 개최했다. 이곳에는 한국전통문화를 배우러 온 다문화가족으로 가득 찼다. 교육에 참여한 열아홉 가족 모두가 한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린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을 더 깊게 이해하려 이번 교육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5층 대강당에서 오완숙 유아교육원장의 개회사로 '전통문화체험교육'이 시작됐다. 체험교육은 탈춤놀이·조형놀이(가족솟대만들기)·전통다도예절·요리체험의 순으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강당에서 열린 탈춤놀이는 그 첫 시간이었다. 다문화 가족들은 우선 탈을 만들어야 했다. 참여가족 모두 준비된 물감과 펜으로 하얀 탈에 색을 칠하느라 열심이었다. 형형색색 칠한 탈을 쓰니 서로 웃을 뿐이다. 그 때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엄마 미린트라(40·여)씨는 멋쩍은 미소를 띠며 강당 밖에 있었다. 태국에서 온 미린트라씨는 대학에서 영어를 배웠다. 자국어만큼 영어도 유창했다. 약간 더듬거리는 한국말 대신 영어로 그녀는 "한국인 남편과 가정을 이루게 됐으니 한국에 사는 건 당연하다"고 한국에 정착한 이유를 밝혔다. 다섯 살과 두 살배기 남자아이를 둔 그녀가 한국에 뿌리 내린지도 6년이 되었다. 일을 하기 위해 한국을 오가던 그녀는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일하며 틈틈이 접한 한국의 전통문화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체험교육으로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이는 그녀였다.오전 11시 쯤, 솟대 만들기와 ‘다도(茶道)교육’이 순서대로 이어졌다. 작은 솟대(민간신앙을 목적으로 또는 경사가 있을 때 축하의 뜻으로 세우는 긴 대)에 색을 칠하며 눈웃음을 치는 아이가 시선을 끌었다. 탈춤교육시간에도 웃음을 그치지 않아 유독 눈에 띄던 나몽(5·여)이다. 나몽은 사실 몽골사람이다. 엄마와 아빠 모두 몽골인이다. 하지만 나몽의 부모는 한국에 정착했다. 나몽의 엄마 바트치맥(여·29)씨는 몽골인 남편을 한국에서 만나 결혼하고 살림을 꾸렸다. 그녀는 숭실대학교 컴퓨터학과 박사과정을 남편과 함께 밟고 있다. 한국 생활 6년 차, 결혼 5년 차 주부 겸 석사 학위자다. 그녀는 "박사과정을 마치고도 당분간은 한국에 살고 싶다"며 "공부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한국이 고향 같다"고 말했다. 몽골인과 한국인의 조상이 같다고 말하니 환한 눈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몽의 환한 눈웃음은 엄마를 닮았다.
다문화 가족 전통문화체험교육 중 다도(茶道)예절 교육시간에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는 다문화 가족들
다도교육시간, 중국에서 온 진지홍(40·여)씨가 아들 호가해(6)와 공손히 찻잔에 찻물을 따랐다. 2000년, 그녀는 일 때문에 중국에 온 남편을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살고 있는 나라가 달랐던 그들은 전화로 사랑을 싹틔웠고 결혼까지 약속했다. 그녀는 2003년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아들을 낳아 지금까지 한국에 살고 있다. 그녀는 오로지 남편에 대한 믿음 때문에 한국에서 살게 됐다고 한다. 한국어를 전혀 몰랐던 진지홍씨는 "시작은 쉬웠던 한국어가 점점 어려워져 배우는데 힘들긴 하지만, 곧 학교에 들어갈 아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며 미소를 머금었다.시장기가 올라오는 오후 1시, 식당 가장자리에 참치와 김치 양념을 밥에 버무려 아이들이 먹기 쉽게 조그만 주먹밥을 만들던 나지라(여·37)씨를 만났다. 카자흐스탄 출신인 나지라씨는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몹시도 수줍어했다. 남편과는 2001년 한국인 남편을 둔 친구가 권해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만났다. 키가 작아서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음씨가 정말 좋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의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해 2002년 한국에 와 결혼까지 했다.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가 학교에서 앞서나가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넌지시 비췄다. 조만간 카자흐스탄어와 러시아어도 함께 가르칠 생각이란다. 한국 주부의 모습을 보이던 그녀였다."밤잠 안자가며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는 오완숙 원장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사랑으로 만든 가정에 관심을 보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런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통문화체험교육의 결과는 서울시교육청에 보고된다. 결과에 따라 다문화가족 전통문화체험교육은 정기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문소정 기자 moonsj@asiae.co.kr고정수 기자 kjs092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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