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한진해운홀딩스 위해서라면"1년간 침묵깨고 간담회 주도</strong>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아시아경제 손현진 기자]최은영 회장이 '은둔'의 커튼을 과감히 열어제치고 자신의 인생을 건 진정한 CEO로 거듭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일 1년 여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최 회장은 초반의 긴장감은 이내 떨치고 솔직하고 털털하게 간담회를 이끌어 갔다. 최근 회사 안팎에서 돌고 있는 계열 분리설, 자사주 매각, 경영권 분쟁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대답도 거침없었다. 최 회장은 회사에서 준비한 예상답변은 아예 무시한 채 스스로의 생각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1년 전과 사뭇 다른 모습에 기자들이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라고 묻자 최 회장은 특유의 시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 자신감과 확신이 물씬 배어 있었다.최 회장은 2006년 11월 고(故)조수호 회장이 운명한 이후 2007년 2월부터 한진해운 부회장직을 맡아 경영에 참여했다. 그리고 2008년 1월 한진해운 회장에서 지난 1월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전까지 양현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던 그가 남편을 대신해 한진해운을 맡는다고 했을 때 회사 안팎에서 우려 섞인 시선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도 잠시. 경영에 참여한 지 3년, 회장에 취임한 지 2년 만에 최 회장은 자신의 위치를 분명하게 자리매김했다. "'처음에 사람들이 해운업을 맡아보니 어떻느냐'고 물어봤을 때 '싫지는 않은데 좋지도 않다'고 답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게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친구들도 눈빛이 달라졌다는 말을 한다" 특히 해운업계에 있어 최악의 1년을 보내고 남편의 유지인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동안 최 회장은 크게 성장했다. 지난 3년의 학습기간을 마친 최 회장의 본격적인 행보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최 회장은 '여성 CEO'로 묶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여성 CEO'라고 따로 구별된다는 자체가 하나의 제약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남성 CEO는 여러 학교, 군대 등 여러 인맥이 있는데 여성 CEO는 그런 면에서 약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경영층들의 대표적인 친분 유지 활동인 골프도 치지 않는다. "골프는 아예 못하지만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불편했던 것도 없고 특별이 도움이 안 된 것도 없다. 아버지도 술을 못하셨는데 회사를 잘 이끌어 오셨다"고 말했다. 대신 최 회장은 사교성, 친화력 등 자신의 장점으로 '여성CEO'의 틀을 깨고 새로운 CEO상을 만들어가고 있다.최 회장은 30세 초반부터 50세 미만 젊은 사장들의 모임인 YPO에 가입해 20년 가까이 활동하며 다양한 재계 인사들과 두루 친분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막역한 사이다. 아트센터나비 노소영 관장과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 외에도 최 회장은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도 곁에 두고 있다. 또 최 회장은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변호사,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조언을 들으려 한다.권위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리더십도 최 회장의 장점이다. 단적인 예가 지난번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아내 고 이정화 여사의 조문을 갔던 일이다. 최 회장은 "지난번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사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빈소 갔는데 사람들이 '회장이 왜 혼자 오느냐'고 물어봤다"면서 "유가족 생각에, 그리고 남편을 먼저 보낸 마음에서 조문을 간 건데 임원들 몇 십명을 동원해 같이 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제 최 회장은 누구의 아내보다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얼마 전에 마트에서 카트 끌고 지나가는데 누가 뒤에서 "아줌마 좀 비켜줘요"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보고 하는 말인줄 모르고 그냥 있었더니 뒤에 있던 아줌마가 노려보면서 지나갔다"는 최 회장의 농담 속에는 스스로를 한 기업의 회장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최 회장은 "회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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