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진정됐지만 추가 상승하기에는 체력 부족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두바이 쇼크가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이다. 두바이월드가 은행들과 채무 구조조정 협의에 나서는 등 부채조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고, 급등했던 아부다비, 사우디아라비아의 CDS 프리미엄도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증시는 연고점을 다시 썼고, 아시아 증시 가운데 일본과 중국, 인도, 필리핀, 태국 등도 두바이 사태로 인한 급락분을 대부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증시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국내증시는 지난 27일 하락폭의 60% 가량을 만회한 상태다. 왜 유독 우리증시만 회복 속도가 느린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두바이 사태 이전을 되돌아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두바이 사태 이전에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고, 국내증시는 이 흐름 안에서 철저히 배제돼왔다. 글로벌 증시의 안정세가 국내증시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정도의 역할을 했을 뿐, 좁은 박스권에 갇혀있던 국내증시를 윗쪽으로 이끌어주지는 못했다. 두바이 쇼크로 인해 국내증시가 급락했고, 두바이 쇼크가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하더라도 국내증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내부적인 데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국내증시의 나약한 체력이다. 전날 주식시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갑작스럽게 확산된 근거없는 루머에도 증시는 속절없이 휘청거린다. 이내 빠르게 회복하긴 했지만, 각종 악재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투자심리의 개선이 엿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7일 171.77을 기록했던 거래대금 Put/Call Ratio는 이번 주 들어 100이하로 빠르게 축소됐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 지수도 지난주 초 수준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는 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전히 현물대비 선물 거래대금 비율이 연중 최고치 부근에 머물러있다는 점은 현물 시장 자체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체력이 부족한 이유는 수급 불균형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 주식형 수익증권 설정액이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주식형에서 빠져나간 돈이 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집중 유입됐던 때는 지난 2005년 코스피가 1000을 돌파하거나, 2007년 1500선을 돌파했던 때인데, 이는 지수가 일정부분 고공행진을 펼쳐야 투자자들이 안도하고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뜻도 된다. 결국 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한다면 국내 수급환경이 당분간 우호적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엔고현상의 약화 가능성도 주목할 만 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일본중앙은행(BOJ)은 긴급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단기 유동성 공급이라는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했는데, 이는 엔화강세를 통한 내수 부양을 공약했던 하토야마 정부의 환율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내수보다는 수출경기를 통한 경기회복으로 정책 기조가 변화될 수 있다고 본다면, 일본이 더이상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엔고 현상은 그동안 국내기업들에게 상당한 수혜가 됐지만, 엔고 현상이 약화될 경우 국내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
전날 중국의 PMI 지수를 비롯해 미국의 미결주택매매 등 각종 경제지표가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의 안정세를 확인하는 것은 국내증시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해주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상승세로 연결되지는 못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거래량이 살아나거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을 먼저 확인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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