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성기자
하이재킹 잦은 곳이라고 쓰인 표지판. 하이재킹은 주차해놓은 차를 습격해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다
차를 도난당한 친구와 나눴던 짤막한 대화는 어이없다 못해 씁쓸하다. 친구는 차를 도난당한 뒤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친구에게 우스갯소리로 "경찰이 차를 찾아줄까?"라고 물었을 때 친구로부터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친구는 "경찰이 차를 찾아줄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한 게 아니야. 보험금을 타려면 사건 접수번호가 필요했거든"이라고 말했다. 최근 KBS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남아공 출신 브로닌이 "남아공에선 운전할 때 절대 규정 속도를 지켜선 안 된다"고 한 적 있다. 무슨 얘기일까. 남아공에선 야간 운전을 할 때 항상 문을 '잠금 상태'로 놓는다.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와도 건너편에서 오는 차가 없으면 그냥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다. 이것이 사는 길이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에 강도가 들이닥쳐 갑자기 차 유리문을 부수고 금품을 갈취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신호위반으로 경찰에 잡힌다 해도 "안전을 위해서 그랬다"고 대답하면 그냥 보내주기도 할 정도다. 이런 나라에서 몇 개월 뒤에 월드컵을 유치한다니 걱정이 앞선다. 정부에선 부랴부랴 경찰과 치안 인력 4만 명을 증원하는 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 실제로 요즘 시내를 나가보면 예전보다 많아진 경찰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괜히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안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미리 경찰을 늘렸으면 좋았을 텐데….'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지금의 경찰 증원도 없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최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남아공 정부는 '망각(忘却)'하고 있는 것 같다. 글= 이정일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한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던 이정일 씨는 1년간 아프리카 짐바브웨 자원봉사를 마친 후 아프리카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다. 상업광고와 영상편집에 관심이 많아 현재 남아공 케이프타운 CPUT(Cape Peninsula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하고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