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매수세 지속될 지 확인하기 이전에는 신중한 태도 유지해야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사람을 괴롭히는 일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로 희망고문을 꼽을 수 있다. 언젠가는 된다는 희망을 끊임없이 주는 것.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것을 누구나 다 알지만 막상 당사자에게는 끊임없이 희망을 준다. 막연한 희망에 부풀었던 당사자가 결국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때의 절망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차라리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상처는 덜했을 것이 분명하다. 전날 외국인 덕분에 코스피 지수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거래를 마감했다. 사실상 상승폭은 1% 정도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외국인이라 그런지 국내 투자자들이 느끼는 상승폭은 훨씬 컸다.
일부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를 보였으니 다시 국내증시로 돌아오는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기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이 가장 무서운 법, 좀 더 확실한 신호가 나올 때 까지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상처를 덜 받는 법이다.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확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대금이다. 외국인이 무려 7000억원에 가까운 매수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거래대금은 오히려 전날에 비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예전같으면 외국인이 강한 매수에 나서는 것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해 매수세를 불러 일으켰을 법 하지만, 개인들은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쓸어담는 모습에도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여전히 투자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가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주도주가 여전히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반도체주가 견조한 흐름을 보여왔긴 했지만, 지난밤 메릴린치가 반도체 제조업체의 전망을 하향조정했다는 소식은 불안하기만 하다. 경기회복과 맞물리면서 반도체 업황도 빠르게 살아났지만, 판매가 여전히 부진한 반면 생산속도는 너무 빨라 공급과잉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 메릴린치의 지적이다. 메릴린치의 이같은 전망 조정은 국내 반도체업체들과도 무관치 않은일이다. 또 하나의 기존 주도주인 자동차주 역시 상황은 좋지 않다. 전날 외국인이 7000억원의 매수세를 보였다고 하지만, 자동차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전혀 강하지 않았다. 주도주 없는 상승세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간 국내증시의 하방경직성 강화에 도움을 줬던 글로벌 증시의 안정적인 흐름도 조금씩 변화가 엿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면 더블딥으로 갈 수 있다"며 더블딥 우려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물론, 3분기 모기지 연체율이 사상 최고치인 9.64%에 달했다. 글로벌 증시가 안정적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경기회복 시그널이었는데,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글로벌 증시가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국내증시가 전날과 같이 수급의 힘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있다. 전날 유입된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지속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주변 여건에서 불안한 점이 발견되고 있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마냥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사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희망고문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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