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인천시에 거액 '뜯겼다'

인천 지역서 대형 사업 진행 중인 기업들, 최대 120억원 도시축전 후원금 내......간접조세 및 대가성 논란

지난 8월 7일 인천세계도시축전 개막식. 인천시는 도시축전 후원금 명목으로 인천에서 대형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에게 600억원대를 거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 지역에서 대형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들 대부분이 인천시가 주최한 행사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종의 '간접 조세'인데다 사업권 확보를 위한 대가성 있는 로비 아니냐는 것이다. 6일 인천시의 인천세계도시축전 기부금 모금 현황에 따르면, 인천시는 지난 7월 31일 현재 도시축전 기부금 및 휘장수입(후원금) 명목으로 총 374억원을 모금했다. 포스코건설이 기부금 100억원ㆍ후원금 20억원 등 120억원으로 가장 많이 냈고, 신한은행이 기부금 50억원ㆍ후원금 20억원으로 70억원을 내 뒤를 이었다. 이어 한화건설 50억원, OCI(옛 동양제철화학) 30억원, SK텔레콤 24억원, 셀트리온 10억원, SK건설ㆍSK에너지 각 8억원 등의 순이었다. 대우건설ㆍ현대건설도 지난 6월 후원금을 내긴했지만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특히 지난 8월 이후에도 기업 대상 모금은 계속돼 롯데건설(30억원), 한양(5억원), 일레븐건설(2억원), 한진중공업(20억원)등이 상당한 액수를 기부하는 등 총 모금액은 600억원 이상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7일 개막해 10월 25일 끝난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장 내 기업독립전시관 전경. 인천시는 도시축전 후원금 명목으로 인천에서 대형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에게 600억원대를 거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이처럼 거액을 기부한 기업들의 특징은 인천지역에서 대형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의 시행사를 맡고 있으며, 이외에도 인천 지역에서 올 상반기에만 민ㆍ관급 5800억원의 공사를 수주하는 등 '승승 장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인천시 예산 전체를 예탁금으로 수신 중이다. 한화건설도 특혜 및 토양 오염 논란을 빚은 논현ㆍ소래 '에코메트로' 사업으로 수조원대의 이득을 얻은 후 현재도 일부 지역의 도시개발 사업과 조력발전소 사업 등에 뛰어든 상태다. OCI도 2조억원대의 개발 이익이 예상되는 인천 공장 부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진중공업은 수조원대의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인천 북항ㆍ배후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양도 청라지구 로봇랜드 등 수조원대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일레븐건설도 삼산4지구 시행권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두 관련 행정권한을 쥐고 있는 인천시의 눈치를 보면서 '보험'이라도 들어 놓지 않을 수 없는 기업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기부금이 일종의 '간접 조세'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켰고 사업권 확보에 따른 대가성 혹은 로비성 후원이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한 인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부 자체는 좋지만 이번에 기부금을 낸 업체들은 모두 인천 지역에서 대형 사업을 추진해 인천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곳들"이라며 "사실상 로비 자금을 건넨 것으로 봐야 하며 대가성이 명확하면 처벌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후원금을 낸 대기업 관계자도 "인천에선 돈을 벌어 봤자 하도 많이 뜯겨서 남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인천시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난달 26일 "기업들의 입장에선 마케팅 홍보 비용으로, 인천시가 싼 값에 홍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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