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기자의 팜토크>제약사들의 모임인 '한국제약협회'는 수십 년간 업계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좋은 게 좋던' 제약협회가 요사이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제약협회에 접수된 익명의 투서는 8개 제약사가 의약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구체적 내용을 담았다. 리베이트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던 협회인지라 즉각 실태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지만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투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것이 다음 순서인데, 그 앞에서 서성이는 듯하다.8개 제약사 중 하나로 거론되는 모 제약사에 확인해보니 협회가 실태조사를 하긴 한 모양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달 중반 쯤 소명서를 내라 해서 냈는데 이 후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반면 사안을 지휘하고 있는 협회 부회장은 "리베이트 관련 기사 자체가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조사가 끝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 했다.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그 간 협회가 취해 온 '스탠스'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당초 투서의 존재를 언론에 공개할 때만해도 "리베이트 주단 큰 코 다친다"며 회원사 압박용으로 십분 활용하려는 듯 했다. 그러다 돌연 '묵비권'을 행사하게 된 건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변수가 생겼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제 식구 못 친다"는 비웃음으로 연결되기 직전이다.협회는 언젠가 이 일을 정리, 발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가서 협회의 말을 업계가, 정부가 백 프로 신뢰할지는 잘 모르겠다. '무죄'를 선언하든, 당국에 낱낱이 고발하든 그 과정의 투명함이 없다면 뭔가 꺼림직 한 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업계 발전도 도모하고 리베이트도 척결하는 현명한 절충점을 찾길 기대한다. 그런데 잘될지는 모르겠다. 찾고자 하는 절충점은 지나치게 예민한데, 차고 있는 칼이 너무 크니 요리하기 버거워 보여서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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