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골프채 피팅 등 응급조치를 위해 대회 현장에 대기중인 투어밴.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현장에 '투어밴'이 없다(?).최나연(22ㆍSK텔레콤)의 짜릿한 우승으로 지난 1일 막을 내린 하나은행ㆍ코오롱챔피언십에 투어밴이 지원되지 않는 기이한 형상이 벌어졌다. 투어밴은 선수들의 클럽을 즉석에서 수리하는, 이를테면 '필드의 앰블런스'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회 현장에는 그래서 모든 골프용품업체의 투어밴이 대기한다. 이번 대회는 그러나 골프장에서 2km나 떨어진 드림골프레인지 주차장으로 밀려났다. 사연은 이랬다. 개최권을 갖고 있던 세마스포츠마케팅이 타이틀리스트와 캘러웨이, 투어스테이지 등 투어밴을 운영하는 골프용품업체에 대회 후원을 해야만 투어밴을 출입시켜주겠다고 통보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구조건을 금액으로 환산해보니 약 2억원 가량 됐다"면서 "결국 모든 업체들이 선수 지원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제이슨 테일러 LPGA투어 미디어 홍보담당자는 "미국 본토에서 대회가 열릴 때는 LPGA투어가 돈을 지급하고 계약한 전문 피팅업체가 선수들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세마스포츠마케팅은 결국 '무료봉사'를 하겠다는 국내 골프용품업체의 투어밴을 오히려 돈을 주지 않는다며 내쫓은 셈이 됐다. 스카이72골프장이 코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한국골프의 자존심'을 위해 동분서주한 대목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골프장측은 대회를 앞두고 아예 휴장까지 불사하며 코스관리에 공을 들였다. 대회기간에는 막조 선수들의 뒤를 따라 코스관리 직원들이 총출동해 일일이 직사각형의 뗏장으로 디봇을 하나씩 메웠다. 작업은 라이트를 켜고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작업을 하던 한 직원은 "이렇게 해놔야 선수들도 시합할 맛이 날 것 아니냐"고 했다. 선수들은 연습라운드 때부터 "페어웨이가 양탄자 같아 볼을 치기 아까울 정도"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골프장측은 2라운드 도중 폭우가 쏟아지자 갤러리에게 비옷까지 나눠줬다. 김영재 스카이72골프장 대표는 "비싼 입장료를 주고 온 갤러리들이 추위에 떨면 되겠냐"며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개최권을 갖고 있는 기업의 '흥행'을 위한 고충은 십분 이해한다. 다양한 마케팅에 성공해야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대회 자체의 질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마저 무너뜨리는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 최고의 샷을 볼 갤러리들의 관전권도 존중해야 한다. 영종도=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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