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회 출전에 인색, '최소출전규정' 미약한 제도적 허점 보완도 시급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문제는 결국 원하는 만큼의 출전료"국내에서 골프대회를 주최하는 A기업의 관계자가 "해외파를 초청하고 싶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프로골퍼들의 경우 지명도에 따라 어피어런스피(출전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경우 미국 밖의 대회에 나가면 적어도 300만달러 이상이 들어간다.하지만 한국선수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자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모국 투어의 활성화에 일조하는, 어느 정도의 의무와도 연관이 있다. 이 관계자는 "대회를 위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내에 있어도 단지 액수가 맞지 않는다고 출전을 거부하는 선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은퇴한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나 캐리 웹(호주)이 틈나는 대로 자국 대회에 출전해 투어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아쉬운 대목이다. '넘버 1'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아예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등 고국의 골프붐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 국위선양에 가려진 '실리 챙기기'= 10월들어 국내 무대는 신한동해오픈과 하이트컵, 하나은행ㆍ코오롱챔피언십으로 연거푸 빅매치가 이어졌다. 국내 팬들은 '탱크' 최경주(39)와 '메이저챔프' 양용은(37)에 이어 오초아, 폴라 크리머(미국) 등 TV에서만 봤던 선수들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즐겁고, 신지애 등 '한국낭자군'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반갑다.국내 선수들은 사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신화를 창조하면서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높여주는 '민간외교관'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올해는 특히 양용은이 PGA챔피언십이라는 메이저대회를, 그것도 우즈에게 역전우승을 거둬 파란을 일으켰다. 이들의 등장은 당연히 국내 골프계의 '파이'를 키우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하지만 선수들의 대회 출전은 철저하게 '돈의 힘'이 작용한다. 양용은의 이번 신한동해오픈 출전은 다행히 이미 구두계약이 된 상태에서 PGA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해 부담이 적었다. 신한동해오픈측은 또 양용은이 '메이저챔프'에 등극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요구없이 흔쾌히 대회에 출전했다고 전했다.일부 선수들은 그러나 아직도 국내 대회 출전에 무척 인색한 모양새다. 어김없이 거액의 초청료를 요구하고, 본인과 부모의 비즈니스 항공권에 호텔 숙박은 기본이다. 하이트컵챔피언십의 경우 마침 LPGA투어가 비어있는데다가 다음 일정이 국내에서 열리는 하나은행ㆍ코오롱챔피언십으로 이어져 해외파들을 대거 출전시킬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이제는 '제도적 허점'도 보완해야= 신지애는 올해 국내 대회에 딱 한번 출전했다. 지난 5월 '내셔널타이틀' 한국여자오픈을 비롯해 KLPGA선수권, 우리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등의 '타이틀 방어'를 대부분 포기했다. 신지애 측은 이와 관련 "올해가 미국 진출 첫해라 LPGA투어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지애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틈나는대로 출전한 것과는 이중적인 행태다. 2주전 하이트컵챔피언십을 마친 신지애는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마스터스GC레이디스에 참가했다. 신지애가 JLPGA투어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JLPGA투어의 경우 시드권 유지를 위해서는 7개 대회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LPGA투어는 총대회 수에 따라 매년 다르지만 올해의 경우 10개 대회에 의무적으로 출전해야 한다. 부상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 출전 대회수를 채우지 못하면 이듬해는 시드권을 박탈한다. PGA투어의 연간 최소출전 대회수는 15개, 일본프로골프(JGTO)투어는 16개, 아시안(APGA)투어는 10개다. 국내 투어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 선수들은 1년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시드를 잃지 않는다. KLPGA는 이에대한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지난 27일 이사회를 통해 연간 최소 3개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이듬해부터 1년씩 시드를 차감한다고 발표했다. KPGA는 연말이나 돼야 협의할 예정이다. 어쩌면 스폰서기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국내 투어가 열악했고, 해외파와 국내파간의 기량 차이도 컸다. 국내 투어가 활성화된 지금은 모든 게 변했고, 해외파가 아니더라도 '토종 스타'들이 넘쳐난다. 해외파 초청에 들이는 돈으로 차리리 국내 대회 규모를 키우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꽃이 탐스러우면 꿀벌은 자연히 몰려든다. 영종도=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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