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린 기자]힙합듀오 리쌍이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다. 자극적인 아이돌 그룹의 댄스음악과 가을 특유의 발라드를 모두 제치고 오랜기간 힙합듀오로 활동해온 리쌍의 6집 'HEXAGONAL'가 드디어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 6일 발매 이후 보름 여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리쌍의 길과 개리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저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썼고 트렌드와는 오히려 멀어지려 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다니, 두 사람도 "이유는 우리도 모르겠어요"라며 웃을 뿐이다.
# '찌질'한 남자의 속마음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타이틀곡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는 길이 먼저 제목을 적어놓고, 이를 본 개리가 장문의 글을 써서 완성됐다. 연인을 계속 만나고 있긴 한데 딱히 사랑하진 않고, 그렇다고 헤어지기도 뭐한 '찜찜'한 기분이 솔직하게 담겼다. 목숨 건 사랑 아니면 화끈한 원나잇만 있는 기존 노래 가사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이 곡만 녹음하는데 1년이 걸렸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분. 덤덤한듯 한데 가슴에 사무치는 느낌을 뽑기가 쉽지 않았죠. 뮤직비디오 시나리오 작업도 6개월이나 걸렸어요. 사실 지금도 조금 더 사무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해요."(길)리쌍의 노래 속 화자들은 하나같이 '찌질'한 편이다. 나쁜 뜻이 아니라, 그만큼 다른 대중문화상품들이 건드리지 못한 적나라한 속사정을 잘 끄집어 낸다는 것이다. 이번 6집 노래 속 화자들도 클럽에 몰래갔다가 여자친구에게 걸려놓고 딱 잡아떼거나, 성적 욕구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전 여자친구와 만나는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닮았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곧, 너희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믿어요. 사실 우리 앨범은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이죠. 말 못할 이야기들을 노래로 부르는 건데, 그게 많은 사람들과 공통점을 만들어내는 거죠. 여자들의 마음도 좀 구체적으로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렵네요. 저희 일상에서 느끼는 생각, 갑자기 떠오른 멜로디들은 휴대폰에 바로 바로 녹음하고 있어요."(개리)
# 너무 트렌디해 다 고쳤다리쌍은 당초 계획보다 두 달 늦게 컴백했다.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를 다시 믹싱했기 때문. 그 이유는 '너무 트렌디해서'였다. 지난 상반기 전자음 없는 노래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일레트로닉 음악이 거센 광풍을 일으켰지만, 리쌍은 이를 비켜가려 노력했다. "노래를 다 만들고 들어보니까, 헉, 너무 트렌디한 거예요. 만날 쿵쾅거리는 음악만 들리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만든 거죠. 그래서 다시 만들었어요. 낙원상가에 가서 옛날 악기들 구해서 옛 사운드를 넣었어요."(길)이같이 '역행'한 노래에 대중이 열광한 건 그만큼 비슷비슷한 음악에 질려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게 리쌍 나름의 해석이다. 이 노래에 대한 반응은 예전부터 꽤나 좋았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류승범은 "이 노래, '내가 웃는 게 아니야'보다 더 잘될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관심과 별개로 리쌍은 '뮤지션'에서 '셀러브리티'로 위상을 변경하는 중이기도 했다. 길은 MBC '놀러와', '무한도전'에 고정출연하는 동시에, 쥬얼리 박정아와 공개 연애에 돌입하면서 연예 뉴스의 중심이 된 상태다. "저는 초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편이라서요. 괜찮아요. 가끔 초등학생들이 절 알아보고 놀라면, 저도 같이 놀라요.(웃음) 예능에서도 저는 아직 '굴러온 돌'이고 '핫바지'지만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뭐. 정아 얘기도 어쩌겠어요. 기자분들은 그걸 쓰는 게 직업인데요."(길)
# 돈, 많이 벌고 싶다
이렇게 리쌍이 성공하면, 기존의 '힘든 청춘을 노래하는' 리쌍의 색깔은 흔들리지 않을까. 리쌍은 성공하면 또 성공 이야기를 노래할 생각이니 별 걱정은 없다. "물론, '힘들다'고 가사를 썼다가 고친 적은 있어요. 객관적으로 이제 더 이상 경제적으로 힘들진 않으니까요. 돈 많이 벌면, 외국 가수들처럼 막 달러를 손에 쥐고 비행기 타는 뮤직비디오 찍고 싶어요. 그냥 우리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노래할 예정이에요."(개리)지금의 예민한 감수성을 유지하는 게 과연 쉬울까. 리쌍은 웃었다. "에~이. 그래봐야, 지금 겨우 남들 사는 만큼 사는 거예요. 전세 살아요.(웃음) 워낙 밑바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 겨우 평균이에요. 그리고 음악은 더 열심히 할 거예요. 버스비가 없어서 걸어다니던 그 어려운 시절로는 절대 돌아가기 싫거든요. 굶어봤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요."(길)"저희는 음악이 완벽하지 않으면 CD를 부셔버려요. 그 정도 자존심은 있기 때문에 걱정은 없어요."(개리)두 사람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개인적인 부귀영화도 물론 좋지만, 후배가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직장에 취직하고 외국에 나가 바텐더를 하는 음악 동료들을 보며 가슴아팠다고 두 사람은 털어놨다. 리쌍은 일단 돈을 많이 벌어 파워를 가진 다음에 가요계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팝만 들어야 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지금도 벌써 돈되는 특정 장르 음악만 많아지고 있잖아요. 저희는 우선 음악을 해서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고요. 또 그 파워로 가요계 고질적인 문제들을 고쳐나가고 싶어요."(길)리쌍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어른이 되는 것? 결혼하는 것? 모두 오케이다. 사업을 시작하면 그 얘기를 노래로 만들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감기 걸린 것을 두고도 노래를 만들 계획. 리쌍은 앞으로도 노래할 소재가 무궁무진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사진=정글엔터테인먼트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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