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에도 답변 80%는 '이유없다'

'조회공시' 투자자엔 무용지물

"하면 뭐해? 매번 돌아오는 답변은 알맹이 없는 뻔한 내용인데..." 시장질서와 투자자 보호, 정보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도입된 조회공시가 있으나마나 한 제도로 전락했다. 조회공시를 해도 10개중 8개가 "이유없다. 추후 재공지하겠다"는 천편일률적 미확정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조회 공시 내용으로는 전혀 투자 판단을 할 수 없는 셈이다. <관련 시리즈 14면> 지난 22일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가 있었지만 조회공시를 받은 회사측은 '검토중'이란 애매한 표현의 답변만을 내놓았다. 지난 24일 주가급등에 따른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룩손에너지는 "특이사항이 없다"면서도 자산매각을 검토 중이었지만 대상자를 찾지 못해 보류했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철도테마 대장주로 부각되며 지난 한주간 배 가까이 올랐던 대아티아이와 월초 LG가(家)와 혼사로 3배 가량 올랐던 보락의 조회공시 답변도 '이유없다'였다. 조회공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거래소측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확정되지 않은 상황까지 조회공시로 발표했다 이후 발표내용이 번복되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내용을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는 인수합병(M&A) 등의 추진사항을 밝혀 주가급등으로 이어지면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는 점이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현실적으로 제도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조회공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책임성 강화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선진국은 손해배상 등 집단소송 제도가 잘 발달돼 있다. 기업들이 허위공시를 했다간 소송을 당한다는 얘기"라며 "우리도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공시사항 의무가 복잡하거나 많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의 공시 사항은 2~3년전 250개에서 130개로 줄면서 기업의 책임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위공시를 해도 벌점부과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퇴출되지 않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감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거래소뿐 아니라 금융당국에서도 조회공시 업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상 급등락의 경우 조회공시를 하지만 무의미한 사유없다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흐리게 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전후 관계를 살피고 시세 조종 혐의로 조회공시가 이용되고 있는지 등의 감시 강화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구경민 기자 kk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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