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데…

9ㆍ27 요금인하 대책 쏟아져...차린 것은 많지만 알맹이 빠졌다는 지적도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9ㆍ27 요금인하 대책'에 대한 이통사들의 자평이다. 일부 수긍이 가며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통요금체계가 13년 만에 10초 과금제에서 1초 과금제로 바뀐 것이나, 2000년 이후 처음으로 20% 이상 가입비가 인하된 것이나, 유선전화 서비스 사상 최초로 시외전화 요금이 시내전화 요금 수준으로 인하된 것 등에서 통신사들의 요금인하 의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년 만에...'나 '○○ 최초로'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우선, 이번 9ㆍ27 대책의 히든카드인 '1초 과금제' 도입은 요금인하 측면 보다는 이통사가 그동안 부당하게 챙겨왔다고 지적받아온 '낙전 수입'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나마 SK텔레콤 외에는 초당 과금제를 당분간 도입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또한 이통사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장기 이용자 할인 요금제의 경우, 중복할인이 되지 않아 기존 결합상품 이용자와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성 서비스의 기본료 인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선불 요금제도 이용자가 거의 없어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또한 KT는 해지 후 재가입 때 받지 않던 가입비를 다시 받기로 함으로써 오히려 이용자들의 요금 부담이 증가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LG텔레콤은 '3위 사업자'라는 이유를 들어 선택제 요금제 도입 외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아쉬움을 남겼다.9ㆍ 27 대책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초당 과금제는 시스템 교체 등의 준비 작업으로 내년 3월에나 도입될 전망이다. 나머지 대책들도 일러야 오는 11월에나 시행이 가능하다.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 때문에 사업자들이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었다는 반증이다. 통신요금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다.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는 압박을 가하고, 사업자들은 마지못해 대책을 내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와 사업자들은 9ㆍ27 대책으로 요금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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