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기자
현대중공업 명명식
선주들에게 선박 건조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의미하며, 이를 축하하는 ‘선박 명명식’은 선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중 하나다.중세초 북유럽 바이킹족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배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며 처녀를 제물로 바쳤던 풍습이 오늘 날까지 이어져 진행되고 있는 명명식은, 조선사들에게는 자사를 알리는 또 다른 홍보수단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을 특별한 행사로 만들기 위한 머리 늘 아이디어 싸움도 치열하다고 한다.◆명명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건조중이던 선박이 진수되면 조선소는 명명식 시행 여부를 선주측에 문의한다. 선주가 명명식을 치룰 의사가 있다고 회답 하면, 조선소는 이때부터 명명식 관련 준비 작업을 시작한다.먼저, 양사측은 각각 행사에 초대할 참석자의 명단을 서로 교환한다. 선주의 행사인만큼 선측의 의견을 주로 수렴해 선박의 명명을 맡은 스폰서 부부 내외와 선주사 임원진, 용선(Charter) 업체 임직원, 선박 중개인, 선급 임직원 등이 초대된다.초대 손님의 명단 및 입국 스케줄이 확정되면 조선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에 참석자에 대한 사전정보 입수 작업을 펴게 되는데 이는 차후 고객의 스케줄 관리와 선물 구매를 위해 중요한 절차다.대한조선 명명식
스케줄을 비롯한 모든 진행과정은 선주측과의 협의로 이뤄지며, 행사 당일까지 약 3주간에 걸쳐 서로간에 피드백 형식으로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이때, 선박의 마무리 생산 공정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이런 과정을 거쳐 명명식 관련 계획이 모두 수립되고, 책임자의 최종 결재를 받는 순간부터 타 부서에 업무협조요청, 행사물품 구매, 관련 업체와의 행사 준비조율 등의 과정을 거쳐 모든 준비를 완료한다.작년 까지만 해도 선주가 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금융 위기로 인해 선박 발주가 뚝 끊기자 올해는 입장이 180도 정반대가 돼 조선소들이 선주들의 눈치 보기에 바빠졌다. 그러다 보니 명명식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명명식이 선주들에게 중요한 행사인 반면 1년에 수차례에서 수십 차례 명명식에 참석하는 선주들에게는 이 행사는 일상적이다. 자신의 돈을 털어 여는 명명식을, 조선소들이 매번 같은 방식으로 개최할 경우 지겨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우리나라 부채춤도 같은 춤을 10번 이상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선주들을 달래기 위해 조선소들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명명식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령 조선소 인근 호텔과 연계해 조선소까지 꽃가마를 타고 선주를 모시거나, 요트를 타고 바다 위에서 명명식을 여는 것이다.색 다른 명명식에 큰 감동을 받은 선주들이 조국으로 돌아가 선주들끼리의 모임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하면 이는 입소문으로 퍼져 다른 조선소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그래서 경쟁사들이 어떤 명명식을 여는 지 정보를 캐내는 일도 중요한 업무라고 한다.이러한 준비를 거쳐 행사당일 명명식이 시작된다. 식전 행사인 접견실 응대를 시작으로 명명행사 진행, 선박 투어 및 만찬식 순으로 진행이 막힘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면 명명식은 마침내 성공리에 끝을 맺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