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균 국제금융센터소장
과거 수많은 금융위기와 달리 선진국에서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는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방만한 대출, 과도한 레버리지, 금융감독 미흡 등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해 발생했다. 2000년대 초 이후 저금리와 경기회복세에 따라 자산가격이 4년여간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주택가격도 빠르게 버블이 형성됐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미국 연준위가 2004년부터 급격한 금리인상을 하면서 미 주택시장의 부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지고 주택가격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그간 방만했던 대출이 부실화되고 모기지대출을 유동화해 여타 금융권으로 배분된 관련 증권들이 타격을 입게 됐다. 처음에는 일부 금융기관에서만 문제가 나타났으나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관련 부실도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작년초 베어스턴스가 휘청거렸고 급기야 작년 9월 리만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치달았다. 리만브라더스의 몰락은 종전의 대마불사 인식을 여지없이 허물었으며 어느 기관도 믿지 못하는 신용위기로 확대되었는데, 이로 인해 금융회사들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자금 확보가 극도로 어려워져 생존이 최우선의 목표가 되었으며 동유럽 등 일부 신흥국들의 금융위기 가능성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편 이러한 금융불안은 곧바로 전세계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져 금융, 실물 모두 제기능을 못하는 전세계적인 위기로 확대되었다. 초기 금융위기에 소극적이었던 세계 각국 정부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주요국 정부 및 중앙은행들은 시중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으며 빠른 속도로 금리인하에 나서는 한편, 은행권 부실 및 몰락에 대비해 은행 자산 및 부채에 대해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부 보증을 실시하고 은행권 자본확충 등에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또한, 글로벌 정책 공조의 필요성을 느낀 주요국들은 신흥국 위기 해결 및 자국 은행의 자금소요 충족을 위해 대규모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긴급자금 지원제도도 마련하였다. 이에 더해 각국 정부들은 금융위기 뿐만 아니라 침체에 빠진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데, G20 국가들은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올해와 내년 각각 GDP의 2%, 1.6%를 쓸 계획이다. 이러한 유례없는 대규모 정책대응 등으로 인해 올 3월부터 신용경색과 경기침체가 일부 진정되고 있다.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채권발행, 차입 등을 통해 한숨을 돌리게 되었고 1분기까지 급락세를 보였던 주요국 경기가 2분기 들어 위축세가 큰 폭 완화되거나 일부에서는 플러스로 전환되었으며, 자유낙하를 지속하던 주택경기 지표들도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전환에 맞물려 2007년 이후 급락했던 세계 주가도 최근 6개월간 50% 내외의 반등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가 거의 끝나가는 것으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 'Yes'라고 대답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불확실하다. 아직까지 금융위기 종료를 판단하려면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먼저, 금융위기의 또다른 불씨들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 이전 주거용모기지 시장의 침체에 이어 최근 상업용모기지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 자동차대출, 학자금대출 등의 부문에서도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글로벌 경기반등도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고 소비와 민간투자의 위축이 지속된다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소위 '더블딥'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권도 그간의 부상을 딛고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향후 실업률 증가, 소비자 및 기업 대출 연체율 증가, 기업 도산 증가 등으로 인해 새로운 손실이 불거질 수도 있고 자산시장이 재차 급락할 경우 종전 아물고 있는 손실이 재차 커질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금융위기가 종료되더라도 그간 풀렸던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의 시행 문제가 남아있다. 시기와 회수 강도에 따라 인플레, 자산가격 급락 등 이전 금융위기와는 또다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경우 현재 금융위기가 최악의 국면은 벗어나 점차 개선되어 가는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는 보이나 아직까지는 향후 굴곡이 많은 후반전을 앞두고 있는 시점으로 판단된다. 일부에서는 금융위기가 모두 지난 것처럼 낙관적인 평가를 내놓고는 있지만 이보다는 휘슬이 울리는 후반전 종료까지 금융위기의 마지막 불씨까지도 확인하는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신발끈을 다시 한번 동여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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