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움직인 현 회장의 뚝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뚝심이 이번에도 통했다. 현 회장은 평양 체류 일정을 다섯 번이나 연장한 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대북 관광사업 재개, 이산가족상봉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합의로 현대그룹과 대북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현 회장은 취임 이후에도 대북 관광사업은 수 차례 고비를 맞았다. 지난 2005년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출에 반발한 북한이 현대와의 대북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듬해에는 북한 핵실험으로 관광사업은 물론 남북경협사업 자체가 존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때마다 현 회장은 현대가(家) 특유의 뚝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2007년 10 · 4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 백두산 직항로 개설 합의를 도출해 사업 확대의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지난해 7월 금강산 저격사고 이후 대북 관광사업 중단으로 현대아산이 위기를 맞았을 때에도 현 회장은 대북사업에 끈을 놓지 않았다. 1년 넘게 대북사업이 중단으로 현대아산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임직원 급여 삭감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현 회장은 "단 한 사람의 관광객만 있어도 금강산 관광은 계속한다"며 대북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이처럼 현 회장이 대북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시아버지인 고(故)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룹을 이끌어가는 경영인으로서 현대아산의 사운이 걸린 대북관광사업 재개를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성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회장은 지난 1989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해 물꼬를 트고 정몽헌 전 회장으로 이어져 온 대북사업에 대한 애틋함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낀다.한편 현 회장은 7박8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17일 오후 2시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역을 통해 귀경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과 합의를 이끌어낸 현 회장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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