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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의 1.3%만 지원대상"...사각지대 해소법은?[간병에 갇힌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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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돌봄청년 정책, '빛좋은 개살구' 될라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가족돌봄시간 문항 신설
돌봄은 시간 측정 어려워…재량권 확대 필요
"읍면동 단위서 돌봄청년 발굴해야"

편집자주3년 전 22세 청년이 생활고와 간병노동에 내몰려 아버지를 숨지게 한 이른바 '간병살인' 사건 당시 앞다퉈 지원법을 만들겠다 외치던 정치권의 구호는 공염불로 끝났다. 대신 각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고령·질병으로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을 '가족돌봄청년'이라 명명하고 돌봄 지원 정책을 약속했지만, 지원 기준 연령이 되지 않는 아동은 사각지대에 놓였다. 더 이상 돌봄에 내몰려 케어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며 [간병에 갇힌 청춘] 기획을 통해 청춘의 돌봄 노동에 대해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고민해본다.

돌봄청년 문제가 국내에 알려진 지 3년 만에 전담기관이 신설되고 자기돌봄비 지급과 일상돌봄서비스 등 정책 지원이 늘어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넓다는 점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돌봄청년 지원을 위해서는 대상자의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대상자의 숫자가 너무 적어 실태파악이 제대로 안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국, 청년의 1.3%만 지원대상"...사각지대 해소법은?[간병에 갇힌 청춘] 조기현 대표가 과거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입원한 뒤 받아든 진료비 계산서. 사진 조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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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청년, 타 국가 5~8%인데 한국만 1.3%?

통계청이 이달 19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고서를 보면 우리 정부가 파악한 돌봄청년 추정치는 15만3000명이다. 13~34세 청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0년 인구총조사를 토대로 ▲가구 내 6개월 이상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족원이 있고 ▲돌봄이 필요 없는 중장년(35~64세) 가족원이 없는 ▲13~34세 청년에 초점을 맞춰 추산한 결과다.


반면 영국(11~18세) 8%, 뉴질랜드(15~24세) 8%, 이탈리아(15~24세) 7.2%, 독일(12~17세) 5% 등 적극적인 돌봄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들의 지원 대상 돌봄청년 추산 비율은 전체 청년의 5~8%에 해당한다. 2022년부터 인구총조사를 활용한 가족돌봄 조사 방안을 제안해온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에서는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기 때문에 가장 보수적인 숫자를 추정치로 잡는다"며 "한국도 청년의 4~5% 정도는 가족돌봄 부담을 안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질병, 장애 가족 등이 있는 경우만 계산한 최소치"라고 설명했다.


5%만을 한국의 13~34세 인구(1270만명, 2024년 11월 기준)에 대입해도 최소 63만5000명의 청년이 가족을 돌보고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국가별로 조사 연령이 달라 비율의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파악한 돌봄청년 숫자는 타 국가에 비해 턱없이 적다.

"한국, 청년의 1.3%만 지원대상"...사각지대 해소법은?[간병에 갇힌 청춘]

정부는 내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가족돌봄시간을 묻는 문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함 부연구위원은 "인구총조사에 가족돌봄이 포함된다는 것은 매우 반갑다"면서도 돌봄의 경중을 시간으로 단순 추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보수적인 접근법으로는 내년 인구주택총조사도 '공수표'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청년의 1.3%만 지원대상"...사각지대 해소법은?[간병에 갇힌 청춘]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함 부연구위원 제공

그는 "가족돌봄은 각 사례를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똑같이 주당 돌봄시간이 40~50시간이더라도, 돌봄 책임을 청년 1명이 떠안는 것과 가족 3~4명이 나눠 갖는 경우 경중이 다른데 어떻게 돌봄시간만으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담당자의 재량권을 강조하며 "돌봄자와 돌봄대상자를 1 대 1로 면담해보고 가구를 방문해봐야 해당 가정이 얼마나 큰 부담을 갖고 있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돌봄자법'(The Care Act) 전담 매니저가 돌봄청년을 위한 건강 및 심리 파악,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 맞춤형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사각지대 줄이려면? 읍면동 단위 발굴하고 눈높이 맞춰야

전문가들은 어린 돌봄청년들일수록 자신이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굴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9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가족돌봄아동청소년 현황 및 정책개선방안'에 따르면 돌봄청년에게 스스로를 가족돌봄자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과반 이상이 '잘모름'(49.5%) 혹은 '아니다'(7.0%)라고 답했다.


현재 정부가 돌봄청년 전담기관으로 만든 청년미래센터'는 인천·울산·충북·전북 등 4개 광역시·도에 있다. 하지만 숨어있는 돌봄청년들을 제대로 발굴하기 위해선 '읍면동' 단위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광역 단위로 이뤄지는 청년미래센터의 정책으론 지역 내 지원이 필요한 돌봄청년을 발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청년의 1.3%만 지원대상"...사각지대 해소법은?[간병에 갇힌 청춘] 가족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의 조기현 대표. 조 대표 제공

가족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의 조기현 대표는 "청년미래센터의 광역 단위 지원 체계는 신청할 수 있는 사람만 찾아가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이라고 꼬집었다.


함 부연구위원 역시 "가족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시·도 단위가 아니라 읍면동 단위여야 가능한데 청년미래센터는 전국에 4군데밖에 없다"며 "애초에 사업을 진행하기 힘든 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 북부에 있는 어린 돌봄청년이 경기 남부까지 신청하러 갈 수 있겠나"라며 "사실상 플랫폼 하나 만들어놓고 '한번 지원해보세요'하는 정도일 뿐 그 이상을 바라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돌봄청년 발굴을 도와야 한다고 짚었다. 함 부연구위원은 "학교 내 상담 선생님이나 위클래스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1년에 한두번 가족돌봄 관련 교육을 실시하면서 두세문항짜리 자가 체크 설문만 해도 쉽게 발굴된다. 심리검사에서 우울·분노 점수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도 가정환경을 들여다보면 돌봄청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했다. 학생이 자주 결석하거나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는 등 학교 생활에 소홀한 것도 가족돌봄 때문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교사가 발견하기 쉽다고도 덧붙였다.


청년미래센터의 부족한 인력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돌봄청년의 자립을 위해선 오랜 기간 지원이 필요한데, 센터당 배치된 14명의 인력만으로는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 대표는 "청년미래센터는 '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 돼 있지만, 현 인력 수준으로는 사실상 사례 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며 "돌봄청년은 미래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돌봄비를 준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른다. 그래서 전담인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데, 청년미래센터의 인력들은 역할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청년의 1.3%만 지원대상"...사각지대 해소법은?[간병에 갇힌 청춘]

다른 나라 돌봄청년 지원 정책은?

학교·병원에 돌봄청년 발굴 의무를 부여하는 나라들이 많다. 영국 보건사회돌봄부는 교육부, 돌봄 관련 비영리조직과 협업해 학교 보건교사가 교내 돌봄청년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호주에서도 조기 발견 및 조기 개입을 위해 교직원이 나선다. 학생이 ▲잦은 지각·결석 ▲수업 중 문제 행동 등을 보일 경우 면밀히 관찰해 학생의 가족돌봄 여부를 학교 생활기록부 시스템에 보고하도록 하는 식이다.



영국에서는 가족돌봄 전담 매니저가 돌봄청년을 연령별로 세심하게 배려해 사례 관리를 지원하기도 한다. 서울시복지재단의 '해외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 및 청년 지원제도 비교 연구'에 따르면 영국은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욕구 및 전환 평가'를 통해 돌봄청년을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자, 스스로 성인기를 준비하고 있는 자, 자신보다 어린 사람을 돌보고 있으며 성인기를 준비하고 있는 자 등으로 구분해 별도로 지원한다. 평가 문항에는 ▲고립과 외로움 수준 ▲교육 상태 ▲빈곤 상태 ▲친구·가족·배우자와의 관계 ▲미래에 대한 계획 등이 포함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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