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개와 고양이가 먹여 살렸다

‘불황에도 애완동물에 쓰는 돈은 안 아깝다?’
세계최대 식음료 업체 네슬레의 대표 제품은 커피브랜드 ‘네스카페’ 혹은 미네랄워터 ‘페리에’로 통했다. 그러나 이제 애완동물 사료인 ‘퓨리나’, ‘도그차우’ 등이 네슬레의 얼굴마담 노릇을 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네슬레의 주력 사업 분야인 생수, 베이비푸드, 레스토랑 서비스 등이 모두 부진을 기록한 가운데 애완용 사료 사업만이 두드러진 실적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네슬레의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51억 스위스프랑(47억 달러)으로 집계됐다. 경기침체로 인해 6년 만에 첫 순익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떨어진 523억 프랑으로 집계됐다.환율추이를 배제한 매출 변화를 의미하는 유기적 성장은(organic growth)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네슬레는 하반기엔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성장 목표를 5% 이상으로 높여 잡진 못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생수사업 부문은 2.9% 감소했고, 유제품과 아이스크림은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스토랑 서비스 사업도 1.0%로 미미한 성장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9%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사업부문은 분말·액상 음료(9.7%)와 애완동물제품(9.1%)이 유일했다. 애완동물제품의 매출은 총 64억 스위스프랑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그 밖에 영양제품과 과자류는 각각 1.5%, 4.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침체로 인해 사람이 먹는 제품 매출은 줄거나 미미하게 성장한데 반해 애완동물에게 쓰는 돈은 늘어난 것이다. 불경기 동안 사람들이 집에서 강아지, 고양이 등 애완동물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애완용품협회(American Pet Product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애완동물에 지출한 비용이 지난해 432억 달러에서 올해 454억 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174억 달러는 사료에, 220억 달러 가량은 동물병원 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네슬레가 지난 2001년 애완동물 식품 회사 랠스톤 퓨리나를 인수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네슬레는 이 인수합병으로 세계최대 애완동물 식품회사로 발돋움 했다. 특히 네슬레 애완동물 사료 가운데에서 퓨리나와 도그 차우은 각각 6%, 12%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날로 커가는 애완동물 제품 시장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관심거리다. 프랑스계 제약회사 사노피 아벤티스는 지난 달 동물약품 전문업체 메리얼의 지분 50%를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메리얼의 매출은 지난 5년간 50%가량 성장, 지난해 27억 달러에 육박했다. 미국 제약업체 일라이 릴리의 존 레흐라이터 최고경영자(CEO) 역시 동물 치료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의사를 최근 표명한 바 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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