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융기관, 실버고객 모시기 마케팅戰 치열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투자의욕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일본 금융기관들이 자국 금융자산의 80%를 보유하고 있는 노년층의 휴면계좌를 깨우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1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수천만명의 예금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UFJ도쿄은행(BTMU)은 몇 주 전 고객 수백 명을 초대해 전통 일본식 정원에서 반딧불 체험행사를 가졌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볼거리였던 만큼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행사에 초대된 고객들은 BUMU의 '퀄리티 라이프 클럽'의 회원들. 예금액이 1000만엔 이상인 금융자산이 넉넉한 노년층이다. 이 같은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는 은행은 BTMU뿐만이 아니다.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도 5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SMBC클럽 50s'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은 세계 경제와 국공채 투자를 주제로 자유 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BTMU와 미쓰이 스미토모 외에도 유사한 회원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은행들이 이처럼 노년층 고객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왜 일까. FT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고령화를 근본적 요인으로 들고 있다. 특히 거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노년층 예금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수면계좌도 적지 않아 이들을 펀드투자로 돌리게 하려는 의도에서다.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70대의 저축액은 평균 2415만엔으로 30대의 635만엔을 3배 이상 뛰어넘었다. NLI 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야지마 야스히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노년세대는 일본 금융자산의 70~80%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은행과 증권사들은 노년층이 이처럼 엄청난 금융자산을 은행 계좌에서 잠만 재우고 있어 고민이다. 급기야 올해 일본에서 살해된 노부부의 집에선 현금 무더기가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노년층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턱없이 낮은 투자수익률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몇 년 전 행정상의 실수로 5000만 건의 국민연금 기록이 사라지면서 노년층 사이에서 자신의 현금자산을 안전하게 맡길만한 곳이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에 따르면 800만명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2007년부터 2017년에 걸쳐 80조엔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게 된다. 이들 퇴직금은 대부분 은행 예금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주택담보 대출금 상환에 쓰일 것이 뻔한 상황. 금융기관들은 이들 금융자산이 은행예금이 아닌 적극적으로 투자돼야 한다는 인식을 피력하고 있다.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5000회에 가까운 투자 설명회를 통해 7만5000건의 증권계좌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BTMU는 "현재 퀄리티 라이프 클럽에는 30만명의 고객이 가입해 있고, 이 고객들은 자신의 금융자산 중 수십조 엔을 예금을 포함해 다양한 투자에 할당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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