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만 되면 주가가 힘을 쓴다는 '서머랠리(Summer Rally)'가 시작됐다. 2분기 주요기업의 깜짝실적 발표와 지칠줄 모르는 외국인의 러브콜 덕분에 불과 9일전 1300대에 머물던 지수는 1500고지에 올라섰다. 이달 초 4조원대에 머물던 거래대금도 6조7000억원까지 불었다. 기술적 지표의 과열 조짐으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주요 기업들의 개선된 실적으로 투자 신뢰가 부쩍 높아지면서 1600선 시나리오도 힘을 받고 있다. 27일 오전 9시 1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3.76포인트 오른 1506.35를 기록, 10일 연속 상승랠리를 즐기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 역시 다우지수가 9000선을 회복했고 S&P500지수도 1000선에 근접했다. 전형적인 서머랠리 현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으로 기술지표의 과열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코스피 지수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이격률이 최근에서야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현 시점은 2차 상승랠리 구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증시의 체력이 좋아지고 있는데다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단기급등 부담에 일시적 조정 과정을 거치더라도 3분기 중 1500선 안착은 물론 1600선 돌파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1600선 돌파를 위한 변수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를 ▲실적 모멘텀 ▲외국인 순매수 및 글로벌 펀드의 한국 유입 ▲경제지표 개선 등으로 요약했다. 이 중에서도 최고의 변수는 실적 모멘텀이다. 올들어 매 분기 주요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가 이어지고 있어 3분기 역시 기대할 만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2분기에 IT 자동차 금융주 등에서 깜짝 성적이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소위 경기 민감주로 꼽히는 대표 업종. 경기가 금융위기 이전의 회복 국면에 접어 들었음을 예측케 한다. 다만 주요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시장의 눈높이가 부쩍 높아졌다는 점은 변수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강세는 당초 예상했던 3분기 펀더멘털 장세와 기업이익 개선 덕분"이라며 "예상 실적기준 내년 PER(주가수익률)은 10배 수준에 불과해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실적 모멘텀은 외국인 매수세와도 직결된다. 외국인은 올들어 한국 시장에서 15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있는 이달들어 연일 3000억~5000억원 이상 사들이며 코스피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위험 선호현상이 이머징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순매수 현상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한국관련 해외 뮤추얼펀드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주(7월16~22일)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를 비롯한 한국 관련 4개 펀드에 25억5700만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지난 6월 둘째주 41억7000만달러가 들어온 후 한 달여 만에 주간 유입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특히 한국 관련 4대 펀드로 모두 순유입됐으며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 10억8500만달러, 인터내셔널펀드 4억7100만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 9억7300만달러, 태평양펀드 2700만달러 순으로 규모가 컸다. 이수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매크로 지표의 개선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 약화로 인해 이머징 마켓으로 큰 폭의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단기적으론 이번 주 발표 예정인 미국 ▲6월 신규주택매매(27일) ▲7월 소비자기대지수(28일) ▲6월 내구재주문(29일) ▲2분기 GDP 성장률(31일) 등 경제지표가 1600선 시나리오의 현실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매크로 환경의 개선을 동반한 지속적인 이익 상향 조정이 있어야 증시가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며 "특히 경제시스템을 쥐고 있는 선진국의 회복이 나타나야 안정적인 펀더멘털 개선을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부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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