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의 혁신, '공룡KT' 대수술

이석채 KT 회장

이석채 KT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KT혁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위로부터의 혁신'이라는 점이다.이 회장은 지난달 1일 기자간담회 도중 불쑥 "김성근 SK와이번스 감독으로부터 경영기법을 배우겠다"고 언급,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스포츠계를 뛰어넘어 재계에도 정평이 나있지만 그룹의 대표가 경쟁그룹의 경영 관리를 배우겠다면서 극찬하고 나선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SK와이번스는 경쟁사인 SK텔레콤이 집중 지원하는 야구단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파격적 발언이기도 했다.이 회장은 "최근 SK 관계자로부터 김성근 감독의 야구와 훈련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강훈련을 시키면서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조언을 통해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하더라"면서 "KT도 똑같이 할 생각"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SK그룹이 김 감독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KT도 간섭 안하겠다. 우리도 자회사 CEO에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 문제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고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과 같은 CEO라면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무한 신뢰를 보내겠다는 뜻이다.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통합 KT호' 출범과 함께 공기업 시절의 잔재로 남아있던 KT의 비효율적인 구조에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회장은 또 "통합 KT는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며 "앞으로 KT를 '완전 소중한 기업'이라는 뜻의 '완소 기업'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공룡의 탄생에 비유하는 KT와 KTF 합병에 대한 외부의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모습을 만들겠다는 것이다.이 회장은 "KT가 희망하는 것은 삼성, LG, 현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KT'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내실 없는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매력적인 서비스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이 회장의 신속하면서도 광범위한 전광석화형(型) '광폭행보'는 취임과 동시에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14일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본사인력 3000명을 현장으로 보내는 등 대대적인 조직 수술에 나섰다. 취임 6일 만에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선언, 업계를 깜짝놀라게 만들었다.이 회장은 SK와 LG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 특유의 뚝심으로 합병 작업을 밀어붙였다. 통합과 함께 이 회장은 개인고객(이동통신), 홈고객(유선통신), 기업고객 부문 등 3개 사내독립기업(CIC) 중심의 독립 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전임 사장의 비리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인지 '클린경영'에도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인사제도 개혁은 KT가 얼마나 변할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공서열식 인사와 호봉제가 폐지되고 연봉제와 고과성과급제가 도입된 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앞으로 더 이상 근무기간만 늘어난다고 해서 월급을 많이 받지는 못하게 될 것 같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KT 변화의 시계는 초침만큼이나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남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을 해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무한경쟁' 기업으로 KT가 환골탈태하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통합KT 출범과 함께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KT가 지난 9일 '제2 창업'에 걸맞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발표한 '올레(Olleh) 경영'이 바로 그것이다.'올레'는 ▲역발상의 혁신적인 사고를 통한 서비스 제공(역발상 경영) ▲새로운 가치(미래경영) ▲고객과의 소통(소통경영) ▲기쁨과 감동(고객감동경영) 등 4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과거 100년 역사를 써온 KT가 미래 100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써 나가기 위해 '올레 경영'의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 창업의 정신을 담아 CI도 기존 'KT'에서 'Olleh KT'로 변경했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용어가 생겨나는 IT업계를 요즘은 KT가 주도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보과학부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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