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붐의 끝자락, 사우디 요즘 왜 이러나

기업대출 400억弗 부실채권화.. 일부 대기업, 디폴트 상태로 금융권 파장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수년간 '오일붐'을 맞았던 사우디에서 최근 몇 달간 불길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5일(현지시간) 사우디 일간지 '알 리야드 데일리'는 사우디의 채무불이행자들이 로컬 은행에 약 40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을 인용 보도했다. 시중은행이 로컬 사업가들에게 빌려준 대출 가운데 약 400억 달러가 이미 회수불가능한 부실채권이라는 것.신문은 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대출심사 과정의 결함과 사우디 중앙은행(의 관리소홀) 때문'이라는 주장을 전했다.'칼리드 알 후마이단'이라는 이름의 이코노미스트는 시중 은행들이 사업가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사용하는 대출기준은 '명망'(reputation)이라고 주장했다. 힘있는 패밀리 기업의 명망은 살폈지만, 정작 중요한 대출상환능력 등은 검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그는 또 "대출과정을 담당하는 은행 직원의 70%가 외국인 직원으로 이들의 관심은 대출신청자의 신용도에 상관없이 오직 대출규모만 늘리는데 있었다"고 비난했다.이러한 내용의 기사에 대해 네티즌들은 사우디 은행들은 가장 '사우디인화'된 부문 중 하나이며, 현재 사우디 은행에서의 대출권한은 은행내 대출심사위원회에 있다며 외국인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네티즌도 400억 달러라는 부실채권 규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박하지 않았다. 이미 상당수의 사우디의 패밀리 기업들이 지난 몇년간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한편 지난 5월 사우디의 패밀리 대기업 '알고사이비' 그룹의 자회사인 바레인의 '더 인터내셔널 뱅킹 코프레이션'(TIBC)은 약 92억 달러 규모의 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해 중동 금융권을 충격에 빠뜨렸다.또 지난달에는 '알고사이비' 그룹의 사위가 회장으로 있는 '사아드 그룹'도 이보다 더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금융권을 바짝 긴장시켰다.현재 중동의 금융전문가들은 지난 5년 오일붐 기간 동안 총 650억 달러를 사우디에 대출해줬던 국제은행들이 최근 디폴트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자산손실 위험에 봉착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일 UAE 경제지 '비즈니스 24/7'은 1면 머릿기사에서 약 150개 금융기관이 '알고사이비'와 '사아드' 그룹에 대출을 해줬으며, UAE 은행들도 최소 3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두 그룹에 빌려줬다고 전했다.그러나 아직까지 사우디의 기업들의 자세한 부채규모와 개별기업들의 상환능력 등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지 않고 있다.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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