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2+앨범1' 서태지식 앨범 분할 어떻게 볼까

[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서태지가 지난 1일 정규 8집 앨범을 발매,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총 12곡 중 신곡은 '겨우' 2곡 뿐이기 때문. 당초 싱글 2장과 이를 하나로 묶는 정규앨범 1장을 발매하겠다고 공언한 서태지는 극심한 음반 불황 속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동시에, 뭔가를 처음 시도한 사람들이 늘 그러하듯 의혹의 눈초리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서태지는 1년여에 걸쳐 두장의 싱글과 한장의 정규앨범을 내면서 보통의 경우보다 세배 가량의 음반 판매량을 얻었다. 그리고 모든 수록곡을 타이틀곡처럼 소화할 수 있어 '무게 없는' 디지털싱글보다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음악의 질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음반업계가 블럭버스터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서태지는 지난해 여름 '모아이' 싱글에 신곡 4곡을 싣고, 겨울 '줄리엣' 싱글에 신곡 4곡을 실었다. 그리고 지난 1일 발매된 정규8집에 싱글 두장의 6곡을 수록하고 '틱탁', '코마', '모아이', '버뮤다'의 새 버전과 신곡 2곡을 추가했다. 앨범 하나를 세번에 나눠 낸 것. 극심한 불황으로 파이가 작아져버린 음반 시장에서 이같은 방법만이 '블럭버스터급'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제작비 1억원도 채 들이지 않은 음반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블럭버스터급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같은 분할기법이 필수적이라는 것. 서태지가 싱글 2장과 정규8집으로 지금까지 벌어들인 전체 수익은 56억원(싱글 1=13000원*21만장 싱글2=13000원*10만장 8집=16000원*10만장)에 달하는데, 이 정도 '규모'는 돼야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서태지는 지난해 강원도 흉가에서 녹음하는 UCC를 시작으로 충남 보령의 미스터리 써클을 직접 제작하고 코엑스에 2억원 상당의 UFO 모형을 떨어뜨리는 등 다른 가수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또 무료 게릴라 콘서트도 개최했으며, '전곡의 타이틀곡화'라는 기치 아래 한 앨범 안에 무려 7개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즉 크게 벌리고 크게 '먹은' 것이다.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들이 처음부터 3편으로 기획해 분할 개봉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팬덤 믿고 벌인 대규모 사업?역시 극복해야 할 것은 상업주의 논란이다. 정규앨범으로 한번에 발표하면 팬들은 음반 한장만 사도 신곡 10곡을 모두 즐길 수 있는데, 서태지식 분할 기법은 팬들로 하여금 앨범 2장을 더 사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태지라 하면 무조건 지갑을 여는 일부 맹목적인 팬들을 노린 것 아니냐는, 다소 냉소적인 의혹에도 설득력은 있다. 특히 16000원 상당의 이번 정규앨범에 신곡이 두곡 밖에 없는 것은 팬들조차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 정규앨범에는 신곡이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꽤 강한 상태인 것이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싱글 한장과 연이어 앨범을 내는 케이스는 많지만, 서태지의 경우처럼 싱글 두장에 이를 합친 정규앨범을 내는 사례는 흔치 않다.자칫 무성의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을 서태지는 리마스터링으로 정면돌파했다. 기존 곡 8곡을 새롭게 마스터링, 보다 좋은 음질로 즐길 수 있게 한 것. 다른 아이돌 그룹들이 신곡 1곡을 추가한 리패키지 앨범으로 '팬 장사'를 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서태지식 방법은 오히려 '모범답안'일 수도 있다. 한 음반관계자는 "투자액이 높아지면 최종 가격이 올라가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냐"면서 "10만장도 겨우 팔리는 시대에 규모 큰 음반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서태지의 방법이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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