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는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를 그린 미술가입니다. 그러나 그는 의학, 수학, 과학, 철학, 기계,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비행기와 열기구, 탱크의 초기 모습을 가진 다양한 기계들을 고안했습니다. 의학에도 관심이 많아 해부 실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그가 왼손으로 글씨를 썼습니다. 그래서 그가 쓴 글씨는 방향이 모두 거꾸로 돼 있습니다. 거울에 비춰봐야 글자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거울 글씨’로 유명하지요. 미술가이지만 과학영역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요즈음 표현을 빌리면 각 분야에서 뛰어난 괴팍한 멀티형 천재인 셈입니다. 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마이클 겔브는 창의력분야 선구자로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그는 ‘다빈치처럼 생각하기’에서 “성공하려면 다빈치와 같은 혁신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는 다빈치의 능력을 정의하는 7가지 원칙을 설명합니다.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 경험을 통해 배우는 증명정신, 예리한 관찰과 반응을 나타내는 섬세한 감각, 모호한 것까지 포용하는 묘사법, 과학과 예술의 조화,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놓고 다양한 분야를 엮어내는 연결 습관 등이 다빈치 천재성의 기반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위대한 인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건 더 이상 나의 스승과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다빈치의 제자 프란체스코 멜치가 강조했듯이 지난해 발간된 ‘다빈치가 그린 생각의 연금술’에서는 다빈치의 모습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형 인간상을 제시해 줍니다. 저자는 다빈치와 같은 생각의 자유로움을 통해 행복한 삶과 성공한 삶의 접근 방법을 찾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천재성의 출발은 상상력으로부터 나오고 천재의 비밀은 자유롭고 비판적인 생각에 있으며 역발상과 통합의 정신에서 창조가 우러나온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우물을 파서 그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상황이 급변하고 다양화된 사회에서는 창조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다방면에 두루 뛰어난 2등이 더 가치지향적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5세기의 다빈치가 다시 각광받고 부활하는 이유입니다. 대학들이 최근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다양한 대입 전형방식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획일적인 학생 선발방식을 떠나 잠재력과 창의성이 있는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갈수록 위축되어 가는 공교육을 살리고 대학들의 선발권을 조금이나마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제도 정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드러난 성적 외에 창의력, 상상력, 인성과 열정 등을 고루 평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대학마다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하고 독특한 전형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이 총괄해 당락을 결정하는 ‘다빈치형 인재전형’을 신설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학력과 리더십, 국제화 능력, 문제해결 능력, 봉사활동이나 특별활동 실적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으로 서류 전형과 면접만으로 100명을 선발합니다. 전형 명칭 그대로 ‘다빈치형 인재’를 발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 같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다빈치와 같은 인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학들은 그 방법을 학문의 융합 즉 학제간 연구에서 찾고 있습니다. 학문간의 공동 연구와 콘텐츠의 교류 등을 통해 통합적 사고의 인재를 길러내고 과학과 예술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과 예술에 대한 공동 주제를 내세운 각종 전시나 행사가 많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만약 과학자에게 상상력이 없다면 인류는 진보하기 힘들고 예술가에게 논리적 사고 없이 감성만 있다면 비판도 시대정신도 없는 단지 예술을 위한 예술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의 첨단 생산품을 보면 대부분이 퓨전테크놀로지입니다. 고유의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 해도 그 제품에는 기본적으로 정보기술(IT)과 생명기술(BT) 등이 결합되어 있으며 강을 준설하는 토목공사도 정보통신과의 결합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세가 융합입니다. 기업의 경영도 그렇습니다. 얼마 전 파산 신청을 한 자동차회사 GM(제네럴모터스)의 우량 자산만 모아 오는 8월께 출범할 ‘뉴GM'의 회장에 통신업체 AT&T의 최고경영자(CEO)출신인 에드워드 휘태커가 내정됐습니다. 그는 자동차업계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업종간의 벽을 넘는 경영 접목이 주목됩니다. 1993년 난파 위기에 처한 IBM은 식품과 담배업체인 나비스코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루 거스너를 전격적으로 영입합니다. IT업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그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종신고용제를 철폐하고 생산 설비를 축소하는 등 다분히 ‘반IBM적인 수술’을 통해 극적으로 IBM을 회생시킵니다. 업종이 다른 CEO들의 교류는 외국에선 종종 있어 왔습니다. 자기 기업의 울타리를 벗어 다른 업종의 경영을 접목시킴으로써 흔히 말하는 ‘다빈치형 경영, 다빈치형 CEO’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도 최근 ‘CEO 컨버전스(융합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시장에서 다른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새 시장을 개척하고 고정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변화와 위기의 시대에 다른 상상력과 자유로운 생각, 역발상의 지혜를 도출하기 위한 시도로 보입니다. 다시 각광받는 다빈치의 창조와 통합의 리더십을 생각해봅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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