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채시라, 야누스적 카리스마 '사극 여제' 등극

[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배우 채시라와 고현정이 최근 자신들이 출연하고 있는 사극을 통해 극과 극을 넘나드는 야누스적 카리스마 연기로 ‘사극의 여제’에 등극했다. 주지하듯 채시라는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에서, 고현정은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극중 인물의 카리스마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각 인물의 카리스마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화돼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먼저 최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고현정의 연기는 ‘배우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청자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신라시대 원화 출신으로 미모와 계략이 뛰어나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는 실력자 미실 역을 맡은 고현정은 캐릭터에 알맞은 의상과 메이크업은 물론, 목소리와 대사 톤까지 새롭게 설정하며 인물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현정의 연기가 돋보이는 부분은 팜므파탈의 캐릭터를 살린 대사와 표정 연기. 남자를 유혹할 때는 고혹적인 요부의 이미지로, 주위를 호령할 때는 강한 카리스마로 순간 변신하는 팔색조 연기를 펼치고 있다. 특히 상대방을 협박할 때는 낮은 목소리와 차분한 톤으로 연기해 여느 캐릭터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한때 ‘버럭’ 연기가 유행하면서 강하고 높은 톤이 주를 이뤘었지만 고현정은 정반대의 연기를 선보이며 섬뜩한 표정을 가미해 오히려 더 서늘함이 느껴지게 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고현정의 달라진 모습을 발견한다. 반면 채시라는 모성을 기반으로 한 ‘여장부’ 캐릭터로 승부를 건다. 천추태후 역을 맡은 그는 여성이지만 남성을 호령해야 하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강력한 어투와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인물의 여성성보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것. 때문에 채시라는 대부분 배에 힘을 주고 구사하는 묵직한 발성과 발음으로 베테랑 연기자의 면모를 과시한다. 고현정이 연기하는 미실이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권모술수를 도모한다면, 채시라가 연기하는 천추태후는 아들 목종을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 방송 초반에는 사랑하는 아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을 품은 절절한 모성 연기로, 요즘은 저항 세력과 외압 속에서 나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채시라는 복장과 무기 등에서 다소 차별화된 모습이지만 야전에 뛰어들어 전쟁을 치르는 모습에서는 여느 남자 장수들과 다를 바 없는 강인함을, 남다른 애틋함으로 어렵게 아들의 마음을 여는 모습이나 부상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아들을 보듬는 모습에서는 어머니의 인자함을 리얼하게 표현, 베테랑의 면모를 과시했다. 두 인물이 선한 역과 악역으로 구분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두 배우가 각 드라마의 중심에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은 공통점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이들에게 머물고 있음은 분명한 일.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이들이 얼마나 기여할지 두고 볼 일이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