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지펀드, 일본서 주주행동주의 '승리'

주주 행동주의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쳐온 미국계 헤지펀드 스틸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일본 가발메이커 경영진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하면서 모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일본 최대 가발 제조업체 아데란스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스틸이 대주주로서 제출한 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 반면 스틸에 맞서 아데란스가 제안한 선임안은 부결, 양측이 3년간 총회에서 벌여온 신경전은 사실상 스틸 측의 승리로 끝났다. 일본 언론들은 금융 위기 이후 헤지펀드들의 '행동주의주주' 존재감이 다소 희미해졌었지만 이번 결과로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주총에서 아데란스 지분 26.7%를 보유한 스틸은 전 아데란스 부사장인 와타나베 노부오(渡部信男) 등 8명의 선임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일본 투자펀드인 유니즌 캐피털 인사 3명을 포함해 7명의 선임을 제안했다. 하지만 표결에서 후보자 3명이 탈락, 양쪽에서 중복 추천된 하야카와 기요시(早川淸) 사장을 제외하면 스틸이 추천한 인사는 7명, 회사에서 추천한 인사는 3명이 각각 선출되는 역전현상이 빚어졌다. 결국 총회 후 이사회에서는 현 하야카와 사장이 물러나는 대신 와타나베 전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아데란스와 스틸은 이번 총회를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각각의 임원 안에 대한 찬동을 요구하는 위임장 쟁탈전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은 당초 아데란스가 유리하다고 판단했지만 2008 회계연도 결산에서 21억엔의 적자로 전락하는 등 실적 악화에 불만을 가지면서 행운의 여신은 스틸 편을 들어줬다. 앞서 스틸은 맥주업체 삿포로와의 2년여에 걸친 싸움에서 백기를 들었으며, 그 전에는 일본 식품업체 불독소스와의 끈질긴 다툼 끝에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물러난 바 있다. 스틸은 총회 후 기자 회견에서 "일본의 기업 통치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향후 아데란스의 경영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아데란스는 지난 달 유니즌과 자본제휴를 맺는 데 합의, 유니즌은 회사 안이 가결되는 것을 전제로 6월부터 TOB(주식공개매입)를 통해 아데란스 지분 35.2% 이상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사 안이 부결되자 TOB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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