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업 매출 급증 '빚 좋은 개살구'

매출증가율 95년 이후 최고, 수익성 7년만 최악

작년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이 1995년 이후 최고의 성장세를 보인 반면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20일 국세청 법인세신고기업 중 조사대상업종에서 표본추출한 7097개업체를 분석해 발표한 '2008년 기업경영분석(잠정)'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작년 매출액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제품판매가격 인상 등 주로 가격요인에 의해 전년보다 19.1% 증가, 1995년(21.2%) 이 후 가장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총자산은 기계설비 등 투자자산 증가보다는 토지자산 재평가 및 재고자산 증가 등에 큰 영향을 받으며 전년보다 16.0% 늘어났다. 매출액 확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대로 전년(5.3%)보다 0.3%포인트 하락한 5.0%를 기록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 역시 2.9%에 그쳐 전년(5.5%)보다 2.6%포인트 급락했다. 이같은 매출액세전순이익율은 2001년 1.7%를 기록한 이 후 최저치다. 이는 기업들이 1000원어치를 물건을 팔아 겨우 29원의 이익을 거뒀다는 의미다. 제조업만 기준으로 보더라도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3.1%에 머물렀다. 한은은 "환헤지와 파생상품 투자 손실 등으로 인해 외환차손 등 영업외 비용이 크게 증가해 영업외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 영업외 수지는 -2.1%를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재무구조도 악화돼 작년 말 현재 부채비율은 130.6%로 전년(116.1%)보다 14.5%포인트나 급등했다. 부채비율이 130%를 넘어서기는 지난 2003년 131.3%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작년 차입금 의존도는 28.4%를 기록해, 전년에 이어 2년째 커졌다. 이는 자산재평가차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순이익이 급감하고 외화부채를 포함한 차입금 및 회사채가 더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작년 제조업 경영성과를 기업규모별 및 수출비중별로 보면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경영성과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과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각각 22.0%와 3.8%를 기록해 제조업 전체 평균인 20.8%와 3.1%를 상회했다. 수출기업 매출액 증가율과 매출액세전순이익률 역시 22.2%와 3.2%로 제조업평균을 넘어섰다. 그러나 수익성과 재무구조 악화 정도 역시 대기업과 수출기업이 더 심화됐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부채비율은 각각 112.0%와 120.5%로 전년대비 각각 23.0%포인트와 26.2%포인트 급증한 반면 중소기업(149.6%)과 내수기업(128.1%) 부채비율은 각각 0.9%포인트와 7.3% 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재무구조는 이웃나라 일본보다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일본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98.2%로 우리나라 기업보다 67.5%포인트나 높았고 차입금의존도도 34.0%로 우리나라보다 5.6%포인트 상회했다. 한은은 “현 부채비율 절대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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