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기자]그룹 슈퍼주니어가 3집 '쏘리쏘리'로 한단계 올라섰다. 10대 여성 팬 중심의 아이돌 스타에서 범대중적인 인기그룹으로, 안티팬 많은 개구쟁이에서 카리스마 있는 댄스가수로 성큼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소속사 집계결과 슈퍼주니어의 3집 판매량은 총 21만여장. 음반시장이 매년 작아지는 가운데 18만장이 팔린 지난 2집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자랑했다. 이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음원 차트. 일반 대중이 가장 많이 쓰는 음원차트에서도 슈퍼주니어는 한달 넘게 1위자리를 지켰다. 춤도 유행됐다. 두 손바닥을 비비며 '쏘리쏘리'를 외치는 퍼포먼스는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사로잡았다.
# 단순 반복 탈피한 후크송
슈퍼주니어가 이같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노래의 힘에 기인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유영진 이사가 만든 '쏘리쏘리'는 기존 후크송에 약간의 변주를 더한 댄스곡. '쏘리쏘리' 부분이 반복되지만 음이 미세하게 바뀌면서 질리지 않는 게 매력이다.
SM엔터테인먼트 A&R팀의 한 관계자는 "'쏘리쏘리'가 중독성을 추구하는 곡들과 같은 선상에 있는 것 같지만, 한 단어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네가 먼저 빠져 버려 Baby' 등 문장 속에서 단어들이 각각 다른 횟수로 반복돼 부르는 재미를 더했다"면서 "전체 구성 역시 멤버 수가 많은 슈퍼주니어의 각양각색 퍼포먼스가 가능하도록 다이내믹하게 짰다"고 설명했다.
# 13인조 장점 살린 퍼포먼스
한사람이 불렀으면 자칫 단조로울 수 있었던 '쏘리쏘리'는 10명이 넘는 멤버수를 자랑하는 슈퍼주니어를 만나 규모있는 퍼포먼스를 만들어냈다. 기존 노래들이 13명이 모두 같은 춤을 추고 있는 군무에 기대고 있었다면, 이번 곡은 각 멤버들이 모두 다른 동작을 하면서도 은근한 통일성을 지니고 있는 형태다. 군무는 5인조든 10인조든 백댄서를 세우면 무대를 꽉 채울 수 있지만, '쏘리쏘리'와 같은 변화무쌍한 안무는 10명이 넘는 슈퍼주니어만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 다소의 '비호감', 의외성으로
슈퍼주니어는 데뷔와 동시에 멀티그룹을 표방, 예능프로그램에서 전천후 활동을 해왔다. 이는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희석시켜 여타 그룹들에 비해 무대 위에서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또 몇번의 라이브 실수는 이같은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이같은 한계는 '쏘리쏘리'를 통해 대폭 극복한 상태. 오히려 '의외로' 무대 위에서도 멋있다는 평을 받으며 호감을 샀다. 리더 이특은 "방송에서 활발한 모습만 보여주다보니 오해를 많이 받았다"면서 "많이 속상했는데, 그걸 극복하려 노력하다보니 그 진심을 대중도 알아주는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 신선한 멤버 전면 배치
슈퍼주니어가 '쏘리쏘리'로 목표 삼은 것은 멤버간 인지도 불균형을 깨겠다는 것. 강인, 이특, 신동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멤버들 대신 려욱, 동해, 성민, 규현 등 보컬 라인의 '숨겨진' 멤버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특은 "예전엔 예능으로 인한 멤버 개개인의 인지도에 의지했다면, 이번에는 음악이 뒷받침돼 슈퍼주니어가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 남성미 극대화 수트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가장 큰 성과를 남성팬 확보에 뒀다. 어린 여성팬을 갖고 있는 아이돌그룹에 상당수의 남성들은 반감을 보이게 마련이지만, 깔끔한 수트를 차려입고 남성적인 안무를 선보이는 슈퍼주니어에게 마음을 많이 연 것. SM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일반 30~40대 남자들이 벨소리를 '쏘리쏘리'로 지정한 것을 자주 봤다"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슈퍼주니어가 도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풀이했다.
안무를 맡은 미국 유명 안무가 닉 베스도 "전 멤버가 다 같이 팔짱을 끼고 거만한 동작을 선보이는 춤은 특히 남성적이면서도 스케일 있는 안무로 잘 소화된 것 같다"고 평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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