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자전거 열풍이 거세다. 한때 바람으로 그칠 듯 하던 이 열풍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진다. 잊을만 하면 대통령이 나서 열기를 고조시키는 덕에 주가는 지난 연말대비 3배나 뛰었다. 자전거 열풍이 불기 전인 10월 중순에 비해서는 무려 7배가 넘는 수준이다. 에이모션은 지난달 11억원에 자전거 제조업체를 인수한 덕에 2주만에 배 가까이 오르며 시가총액이 100억원 이상 급증했다.
3일 대통령이 경남 창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 참석해 자전거 입장 이벤트를 선보이고, 지식경제부가 자전거산업 활성화대책을 내놓자 자전거 테마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지경부는 이날 16.6%(2006년 기준)인 자전거 보급률을 2012년 3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공공자전거를 개발하고, 자전거 출퇴근 보조금 등과 연계해 국산자전거 판매를 촉진하며, 정보기술을 융합한 고부가가치 자전거를 개발을 통해서란다.
분위기가 뜨면서 자전거만으론 부족했는지 자전거 전용도로용 칼라 아스팔트 생산업체 등 테마의 범위도 확산 중이다. 언덕길이 많은 국내 도로 특성상 자전거로 출퇴근하려면 배터리를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뜰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이런 식이면 여름철 비가 많은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춰 자전거용 비막이 덮개를 만들만한 업체, 겨울철을 위한 자전거용 소형 히트를 만들만한 업체, 자전거 출퇴근자들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이온 음료 생산업체까지 수혜주로 이름을 올릴 기세다.
하지만 자전거쪽에서 나오는 환호성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책이 해당업체 매출로 이어지기엔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불확실성도 큰데 주가만 너무 앞서 나간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자전거 대장주 삼천리자전거의 경우, 지난해 매출 757억원에 순이익 5억원에 불과하지만 4일 종가기준 시총이 1665억원이나 된다.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대로 자전거가 주요 출퇴근 수단으로 자리잡을 지도 미지수다. 한때 자전거의 도시로 인식되던 베이징(北京) 거리는 개방과 함께 오토바이를 거쳐 자동차로 뒤덮였다. 소득의 증가와 함께 좀더 펀리한 운송수단을 찾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자동차 위주로 설계된 교통체계의 변경, 자전거 출퇴근족을 위한 사내의 샤워실 마련, 도난 사고를 대비한 자전거 보험 등 선결해야 할 문제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여의도는 이미 자전거 왕국이 된 듯한 분위기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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