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규모가 커진 8000억원대의 유상증자가 주가에 약(藥)이 될까. 독(毒)이 될까.
헛갈리는 투자자들의 심리만큼이나 증시의 반응도 널뛰기다. 22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듯 하더니 다음날은 4% 이상 급락 반전이다. 비교적 장기투자자로 분류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패턴도 일관성이 없다. 22일 쌍끌이 매수에 나서더니 23일엔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22일 388만여주를 순매수했던 기관은 26만여주 순매도로 돌아섰다. 22일 178만여주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23일에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지만 그 규모는 15만여주에 불과했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견해도 갈리기는 마찬가지. 일단 다수의견은 유상증자가 최근의 상승 분위기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근 하이닉스의 급등은 D램 가격의 상승세와 맞물려 있는데 D램 업황이 당분간 호조를 이어갈 것이므로 대규모 유증이 발목을 잡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23일 조정은 유상증자)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커졌고, 22일 상한가로 급등한 것과 맞물린 것"이라면서도 "증자로 인한 물량부담보다는 더 중요한 건 D램 가격"이라고 조언했다. 하이닉스는 당초 5000억원에서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23일 증자규모를 819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22일 하이닉스가 급등할 때 일본의 엘피다와 대만업체들이 모두 급등했다"며 "당분간 D램 가격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증자로 인한 단기 조정가능성이 있지만 추가상승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증권도 앞으로 주가는 증자에 따른 영향보다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이민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르고, 증자에 따라 다소 주춤할 수 있지만 최근 수급상황은 증자로 인한 물량증대와 주가 희석화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좋다"고 분석했다. 증자로 인한 악영향은 많이 오른 주가가 주춤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NH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유상증자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에 따라 EPS(주당순이익)가 희석화되지만 BPS(주당순자산가치)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은 유동성 확보로 재무적 리스크가 감소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유상증자 가격이 현주가 대비 30% 할인된 1만1700원이고, 그간 많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주가 수준도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많다"며 대규모 유증이 조정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조정 폭은 D램 시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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