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李대통령, 英 FT 인터뷰

1. 북한 문제부터 질문 드리겠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혹은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일본은 요격 입장을 공식 표명했습니다. 일본 입장을 지지하시는지, 서구사회의 이같은 강경한 군사 대응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것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기본적으로는 세계 모든 나라들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6자회담 멤버인 중국, 러시아도 반대 입장이다. 우주발사체라고 주장 하지만 탄도미사일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았으면 순수한 우주 발사를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 격추하겠다고 한 것은 미사일이 일본 영해에 떨어질 것에 대비한 자국민 보호 차원이다. 일본 자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반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한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짧게는 북한의 협상에 도움 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북한이 알게 되리라 본다. 2. 만약 북한이 발사했는데 일본이 요격을 시도했으나 실패할 경우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일본이나 미국,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시스템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좋지 못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런 문제 지적이 있을 수는 있다. 일본도 이런 부분을 다 전제로 해서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본다. 3. 몇 해 전만 해도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우려가 제기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의 달라진 태도는 대통령님의 대북 강경 입장과 관련 있는 것 아닌가, 또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좀 더 능동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생각이 있으신지요? 북한의 핵문제 검증 문제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이 남북관계하고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본다. 북한이 원하는 진행절차와, 북한을 제외한 다른 6자국의 요구 조건이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에 결렬 된 것이다. 남북관계가 좀 경직되었다는 사실과 핵 프로그램 진행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이 남북간 화해기조를 유지하는 데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10년간 북한을 많이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과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대북 신뢰도는 이전보다 많이 후퇴했다. 현 정부는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로 북한을 대하는 것일 뿐 과거보다 경직된 정책을 펴려는 것이 아니다. 남북은 서로 신뢰하고 정직하게 대화를 해야 된다. 우리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 북한의 식량지원 등 인도적 측면에서는 가능하면 다른 것과 연계하지 않고 지원할 자세도 되어 있다. 4. 아까 잠시 언급하셨지만 지난 10년 햇볕정책은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극단으로 가는 것, 즉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한다든지 하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종 목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남북 간 공존하자는 것이므로 강경대응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놓기 위해 개성공단은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극단적 방법을 자꾸 쓰게 되면 추가적 협력 문제는 아무래도 고려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5. 북한의 사태를 바라보면 과연 그 종착점이 어디가 될 지 관심이 갑니다. 많은 나라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로 곧 사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중국의 영향력이 더 확대 되어 북한을 다 차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통일이 이루어지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또 대규모 북한 난민들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지, 여러 관측이 나올 수 있습니다. 북한의 어떤 모습을 마음 속에 그리고 계시는지요? 결국 최후의 목표는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평화적 통일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서로 평화를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것이다. 북한에 어떤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중국에 의해 점령된다든가 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북한의 유고시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같은 국가들과 밀접히 협력할 것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으며 우리는 항상 대비하고 있다. 6. 만약 급작스러운 시나리오가 발생했을 때, 예를 들어 내일 당장 김정일 위원장이 죽거나 아니면 북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다든지 하면 한국과 미국, 또는 중국이 서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런 계획 마련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 행동계획이 마련되어 있는지요? 지금 언급한 그런 시나리오는 가정할 수는 있지만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7. 마지막으로 북한 관련 질문 드리겠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남북 간의 통일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국민 대다수가 통일보다는 일단 현재처럼 양측이 다른 체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을 선호할 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4월 초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예고하고 있고 모든 나라가 이를 만류하고 있는 이 시점에 북한이 붕괴된 상황을 가정해 언급하는 것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안 맞는 것 같다. 8. 한국 경제가 아시아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chain)였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었습니다. 금융시스템 포화, 주택대출, 부채 비율 등 모든 면에서 미국경제와 흡사했기 때문에 기업들의 파산 우려도 거론되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이를 다소 불공평하다 생각하시는지요, 또 지금은 위험이 지나간 터라 한국 경제가 탄탄한 기반 위에 서있다 말씀하실 수 있는 지요?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금융 감독 구조와 체제는 매우 강화돼 왔다. 우리는 예컨대 과도한 차입에 대한 제한 등 여러 가지 법규와 규제를 도입해 왔다. 예를 들어 두 가지만 비교하면, 미국은 사실 금융감독 기능이 분산되어 있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은 1997년도 외환위기 이후 그동안 분산되어 있던 증권, 은행, 보험에 대한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원 하나로 통일해서 효과를 봤다.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주택융자가 문제가 되었지만, 우리나라 은행은 많은 주택융자에도 불구하고 LTV(Loan to Value) 시스템을 통해 주택 가격의 최대 50% 까지만 융자를 해 준 덕에 부실자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주택융자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연간소득의 40%룰 넘지 못하게 제한을 해 놓았기 때문에 부실자산이 덜 생긴다. 이 두 가지가 미국과 확실히 다르므로 우리가 미국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9. 경제가 당분간 계속 하향곡선으로 갈 것 같습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어려움이 가중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중소기업에 파산과 도산이 늘어나고 수입과 생산이 감소하며 부실채권이 증가하지 않을까요. 이 경우 한국 은행들이 겪는 부담과 어려움도 가중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위험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이 유동성을 공급하실 계획이신지요? 수출과 생산이 줄어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인지만, 금년 1,2,3월 무역량을 보면 1월달은 약 30%, 2월은 20%, 3월에는 약 17% 정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수입은 줄어서 3월에는 약 40억불의 무역흑자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체 수출량은 줄었지만 우리 수출 시장이 남미, 아프리카, 중동까지 굉장히 다변화되어 있고 품목이 아주 다변화되어 있다. 초기 예측과는 달리 우리 수출시장은 안정되어가고 있다. 세계적 어려움과 다른 나라들이 겪고 있는 애로를 고려할 때 한국의 수출부문은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늘어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우리는 은행권 자본 확충에 약 150억 달러, 부실채권 청산을 위해 약 300억 달러를 조성했다. 10. 은행이 새로운 중소기업에게 대출하게 할 방법이 정부에 있는지요? 한국의 은행들은 현재 워낙 리스크가 큰 환경이라 새로운 중소기업 고객에게는 자금 대출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신용보증제도가 있다. 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으로 하여금 보증을 서게 하면 은행은 대출을 하더라도 리스크를 안 지게 된다. 이는 세계에 없는 제도인데 정부가 500억불 가량의 신용한도를 줬다. 신용보증보증 한도액 만큼 은행은 기업에 대출할 수 있다. 11. 지금 한국에는 8개의 대규모 은행들이 있습니다. 과거 구조조정으로 30개 정도가 통합되고 없어지면서 8개가 남았는데 이를 다시 5개로 줄일 적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1997년도에 정부가 주도해서 통폐합이 되었다. 그 때는 은행이 부실해졌기 때문에 통폐합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정부가 주도해서 할 일이 아니다. 은행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할 경우 은행 스스로 자율적으로 판단할 일일 것 12. 원-달러 환율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한국 수출이 안정화되어있다 하셨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원-달러 환율 때문이란 분석도 성립됩니다. 혹시 현재의 환율, 즉 원화가치 하락세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작년 연말에서 연초까지는, 세계 수출고가 확 줄게 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세계 무역고가 줄어드는 데 비해 한국의 수출고는 그 비율만큼 줄지 않아 IMF나 다른 국제기관들이 요즘 한국 경제를 조금 상향 평가하고 있다. 환율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쩔 수 없지만, 요즘은 약간씩 내려가는 추세다. 현재의 환율로 수출업자들은 약간의 플러스를 얻는 것도 있지만, 우리 상품 자체의 기술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내수시장에 뿌리를 내려서 상품을 수출하는 구조가 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처음에 예측한 것보다 다소 낫지 않나 생각한다. 13. 한국도 미국 채권을 다량 보유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지난주만 해도 중국 중앙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서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중앙은행 총재가 달러 이외 다른 기축통화, 예를 들어 유로, 또는 중국의 위안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에 동의하시는지, 아니면 달러 기축통화로 유지되는 걸 더 편안하게 느끼시는지요? 미 달러가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고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당분간 미국 달러를 대체할만한 기축통화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유로나 일본의 엔, 중국 위안화 등이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축통화로서의 US 달러를 당장에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문제는 중국이나 EU의 경제력이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협의할 사안이지만 당장 대체하기는 좀 힘들다고 생각한다. 미국 달러의 향후 위상은, 미 행정부가 이번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14. 한국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데, 수많은 개혁법안들을 제출했으나 국회에 막혀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외국인들과 투자자들이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개혁법안들을 표결에 붙여 강행하는 건 어떠신지요? 만약 그렇게 했을 때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 정치 상황을 보면 굉장히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야당도 이런 개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내면으로는 이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보기보다는 덜 심각하다. 실질적으로 위기가 오게 되면 (명분없이 혹은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것을 국민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개혁 법안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표결에 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는 표결로 결정하는 쪽으로 가야하고, 또 그렇게 갈 것으로 예측한다. 15. 민주적 절차가 작동하고 있다면, 소수 야당과의 합의가 왜 필요합니까. 그냥 표결에 붙이면 되지 않습니까. 과거 군사독재정권 때에는 정치권의 소수가 표결을 통하지 않고 저항하고 투쟁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에는 선거를 완벽하게 민주적으로 치렀지만 과거의 전통이 아직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아직도 정치 부문에서는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새로운 정부는 보다 더 경제적 입장에서 판단하고 글로벌한 입장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을 국민들이 알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작년처럼 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한다. 16. 지난 워싱턴 G20정상회담에서 대통령께서는 보호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그 이후 전 세계에서 보호주의 경향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런던에서도 이 문제를 말씀하실 것인지, 그리고 어떤 다른 말씀을 하시고자 하시는지요? 작년 워싱턴 정상회담 때 보호무역주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standstill 주장도 했다. 금융위기가 아직도 회복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나라들이 보호주의적 조치를 자꾸 늘려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런던회의에서는 모든 나라가 무역보호주의 뿐 아니고 금융보호주의도 배격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적용된 보호주의 조치들을 지난 11월 워싱턴 정상회담이 개최되던 당시의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보호주의적 조치를 하는 나라들은 roll back을 하자고 주장하고자 한다. 당초 우리가 standstill 할 때의 기준으로 roll back 하자는 내용이다. 또,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사후조치로서, 세계은행이 분기별 또는 정기적으로 무역이나 금융 보호주의 배격 원칙이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나라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제안하려 한다. 17. 지난 11월 이후 혹시 아주 눈에 띄게 보호주의 경향이 나타난 예가 있는지? 내가 특정한 예를 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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