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물길 따라] 3. 영산강의 수리시설

가뭄ㆍ홍수 조절로 곡창 호남 경제 부흥 전남 내륙 곳곳 댐 저수지 보 축조 '관개농경' 자취 감춘 옛 '경양방죽' 광주평야 옥토로 가꿔 농업 생활용수 부족...풍부한 수자원 확보 절실  

영산강은 185개의 샛강과 지천이 모여 큰 강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각 지류마다 댐과 저수지, 보 등이 축조돼 가뭄과 홍수를 막아주며 곡창 호남의 경제 부흥을 이끌어왔다. 노해섭 기자

지금은 도시 확장사업으로 그 자취를 잃어버린 '경양방죽'. 옛날부터 일제강점시까지는 호남지방에서 가장 큰 저수지였다. 광주동구 계림동과 중흥동 사이에 자리잡았던 '경양방죽'은 약 500년전 조선시대 세종임금 때 광주 출신 김방이라는 위대한 건설자의 머리와 손으로 오랜 시일 동안 많은 경비와 연 수십만의 인력을 동원ㆍ투입하여 이룩한 못(池)이었다.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고 일컫던 그 당시 농업는 유일한 생산 산업으로서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을 잘 살게할 수 있는 전천후 사업이었다. 그 규모나 그 설계에 있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었으며 치밀한 계획과 실천으로 준공을 보았다고 한다. 크기가 4만6000평이 넘는 수면과 깊이 10m 이상의 방죽 밑바닥, 4km의 수로를 시멘트가 없었던 옛날 백회와 황토로 한국식 콘크리트 공사방식으로 시공해 물이 새지 않도록 방수 장치까지 갖췄다고 한다. 그후부터는 가뭄이 계속되어 기근이 들어도 광주평야는 기름진 옥토로 변하고, 해마다 풍년가의 노랫소리가 곳곳에서 들리어 백성들의 생활은 날로 윤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거의 관개농경에서는 강우와 자연적인 호수ㆍ강의 물을 이용하여 지형적으로 높은 경지에 물을 공급하고 남는 물을 아래 경지로 흘려보내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현대적인 관개농경에서는 저수지ㆍ강 등의 지표수와 지하수를 종합적으로 개발하여 필요한 시기에 공급할 수 있는 풍부한 수자원의 확보와 작물이 물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적당한 양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조절해 준다. 조선시대 축조된 경양방죽은 현대적 의미의 관개배수시설에 가까웠던 셈이다.

광주도심 한복판을 굽이쳐 흐르는 광주천은 황룡강, 극락강 등이 합류하여 영산강 본류로 빠져 든다. 사진은 상공에서 내려다본 극락강 지류. 노해섭 기자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가뭄과 홍수를 막고 벼농사를 잘 짓기 위해 오랜 옛날부터 농업수리시설을 만들어 이용해 왔다. 한반도에서 지금의 농촌 마을처럼 집약적 정착농경을 하기 시작 한 때는 청동기시대이다. 집약적인 정착농경이란 저수지와 관개 수로를 만들고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여 논이나 밭을 만들어 관리하면서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3000년 전에 이미 상당한 수리기술이 발달돼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집약적 농경으로서 벼농사는 고대사회 이래 중세와 근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우리 민족의 경제적 토대를 이루는 생업 형태였다. 무엇보다 가뭄과 홍수를 막고 벼농사를 잘 짓기 위해 오랜 옛날부터 수리시설을 만들어 이용해 온 것이다. 수리사업이란 비, 눈으로 생긴 물을 사람이 적합한 장소에서 필요한 시기에 이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을 관리하는 시설을 만드는 사업으로 한해, 수해를 피하고 필요에 맞게 물을 관리해 가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에서는 농지개량사업의 주종을 차지하는데 이들 사업에 의하여 조성된 시설물인 댐, 저수지, 제방, 양ㆍ배수장, 보, 집수암거, 관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농업수리의 목적은 토지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민 개인적으로는 농업경영을 안정 향상키며, 국민경제적으로는 식량생산을 유지 증진시키는 것이다. 현재는 국토의 종합개발이라는 시각에서 다뤄지고 있다. 남도의 주요 물길은 담양에서 목포에 이르는 영산강 줄기 350리(136km)를 따라 흐르고 있다. 이 강물은 전남지역 4대호인 장성댐, 나주댐, 광주댐, 담양댐 등 크고 작은 댐과 저수지, 보 등 수리시설을 안고 있는 185개 내외의 샛강과 지천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픽=임홍기

또한 섬진강과 보성강 등을 낀 많은 하천과 저수시설이 산재해 곡창 전남의 수리문화를 꽃피워 왔다. 전남 내륙 곳곳에 물을 모으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용하는 수리시설은 총 1만2244 곳에 이른다. 이 중 저수지 4310곳, 방조제 989곳, 양수장 804곳, 배수장 87곳, 양ㆍ배수장 3곳, 취입보 1737곳, 집수암거 260곳, 관정 5076곳 등이다. 특히 지난 1972년부터 시작된 '영산강 유역 종합개발사업'으로 담양, 장성, 광주, 나주호 등 4개댐이 생기고 바다와 맞닿았던 영산강은 하구둑이 1981년 12월 완공됐다. 댐 건설과 영산호 하구둑을 막으면서 가뭄때 농업용수를 활용하거나 바닷물로 인한 범람도 줄이는 등 관개농경의 위력을 실감케하고 있다. 이같은 수리시설에도 불구 최근들어 작물재배에 필요한 농업용수는 물론 마시고 사용할 생활용수마저 부족해지면서 수자원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이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물 관리에 대한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옛말에 '논의 물꼬 싸움은 부자지간에도 살인을 부른다'고 할 정도로 물 문제는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도 잠시 여름 장마철이 되면 가뭄이 아닌 홍수를 걱정해야한다. 한국의 경우 연평균강우량은 약 1160 mm로서, 양으로 볼 때에는 관개가 필요하지 않으나 연중강우의 분포가 고르지 않아 봄에는 가물고, 7∼8월에는 연강우량의 2분의 1 이상이 집중적으로 내리는 것이 상례이다. 따라서 안정된 다수확을 올리기 위해서 관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중 물의 순환 과정에서 계절적으로 경년적으로 불규칙하게 부존되는 빗물을 모아 끝임없이 일정한 수량을 운반하여 주는 강물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가장 이용하기 쉬운 수자원이다. 우리나라의 물자원은 기본적으로 하천 유출량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담수 사용량은 주로 하천에서 공급받고 있다고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따라서, 강ㆍ하천은 하늘에서 내린 강우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장기간 무수일이 계속 되어도 강물은 그침이 없이 흘러야 하고, 장마철의 집중 호우에도 물을 유역에 체류하였다가 하천으로 서서히 흘러내림으로써 급격한 유출이 없도록 하는 기능을 지니는 것이 좋은 하천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5대 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안성천, 삽교천 등 대중소 하천 등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조절 기능이 매우 약해서 무강수일이 2∼3주 계속되면 갈수 현상이 나타나고, 1시간 강우량이 10∼20㎜이상이면 홍수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여 왔다. 그 원인의 하나는 아직도 대륙 하천에 비해서 하천 연장이나 규모가 적고 거기에다 강ㆍ하천의 상ㆍ중류에 산악지가 많아서 급류가 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6, 7, 8, 9월에는 연례적인 태풍 지역으로 집중호우가 자주 내습하고 이에따라 하천 유량이 급증하여 홍수 때는 유량이 상류 수원에서 하구까지 한꺼번에 신속하게 도달한다. 즉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은 유역에 내린 강우가 거의 대부분 하천으로 유입되고 단 기간에 바다로 유출되는 수문학적, 지형적 특성이 있다. 이 까닭에 비가 내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하천 유량은 급증하고, 비가 그치면 매우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이러한 현상은 강우를 오랫동안 저류하지 못하고 조절 능력도 미약하게 하기때문에 우리 나라 하천은 물 이용에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우, 가뭄 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란 예측에 따라 물관리에 대한 정책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광남일보 양동민 기자 yang00@gwangnam.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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