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드라마 '식스먼스'의 밤샘 촬영을 마치고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인터뷰 현장에 도착한 황정민은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얼굴만 가린다면 백수건달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치곤 수수하기 그지 없었다. 첫 드라마 촬영인 데다 밤을 새면서 연기했으니 피곤에 찌들어 있을 것 같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단 한 번의 거센 기침소리가 터져나온 것을 빼면 얼굴 피부도 목소리도 건강하고 밝아 보였다.
"첫 드라마 촬영이라 준비할 게 많던데요. 요즘엔 TV도 다 HD라서 피부 관리도 받아야 한답니다. 받아보니 좋긴 하더군요. 그래도 걱정이에요. 제 얼굴이 워낙 빨간 편이라서 시청자들이 화면조정을 해야 될 것 같거든요."
● "영화 '그림자살인', 즐기면서 하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
영화 '그림자살인' 홍보 인터뷰와 드라마 촬영이 겹쳐 고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황정민은 싱글벙글이었다. "다들 힘든 시기에 이렇게 절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이어 "어제(24일)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사 결과 평점이 5점 만점에 4.25가 나왔는데 그동안 제가 출연한 영화 중 최고의 시사회 평점이다"라며 기뻐했다.
한때 '공중곡예사'로 불렸던 '그림자살인'은 조선 말을 배경으로 명탐정 홍진호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탐정추리극이다. 할리우드식 장르를 따지면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다. 그러나 시종일관 무겁게 흘러가지 않고 초중반엔 꽤나 유쾌하고 활기차게 진행된다.
황정민은 바람난 부인 뒤꽁무니나 쫓고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는 일로 생활하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맡게 된 사설탐정 홍진호 역을 맡았다. 홍진호는 '마지막 늑대' 이후 그가 모처럼 맡은 유쾌한 캐릭터다. 지난 겨울 서울 대학로를 강타했던 연극 '웃음의 대학'에 이어 황정민의 코미디 감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 '그림자살인'이다.
"연기를 하며 재미있게 보여야 한다는 건 생각하지 않았지만 즐기면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홍진호라는 인물을 즐기자'라는 게 유일한 목표였어요. 첫 시사를 보고 나서 '나도 즐길 수가 있네'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전 작품들에선 늘 제가 연기를 잘하고 있는지 끊임 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며 저 자신을 괴롭혔는데 이번엔 그냥 저 자신을 놓고 즐기려고 했어요. 그게 잘 된 것 같아서 대단히 기분이 좋고 저로선 만족합니다."
● "'그림자살인', '에이리언' 같은 시리즈 영화 됐으면"
황정민은 '그림자살인'을 가리켜 "굉장히 큰 마침표의 느낌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누가 뭐래도 전 이 작품이 마음에 들고, 그래서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된다"며 성취감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만족감에도 불구하고 연기 혹은 소통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듯했다. 황정민은 "몇년 전 '너는 내 운명' 때 관객과 요즘 관객이 좋아하는 템포와 리듬감이 다르다"며 "현재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법을 찾아 공부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림자살인'에 대한 황정민의 기대 하나는 시리즈의 가능성이다. 그는 "집에서 쉬는 날이면 미국 TV시리즈 '24'나 시리즈 영화 '에이리언' '스타워즈' 등을 몰아서 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배우로서 시리즈 작품을 갖는다는 건 영광"이라며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 같은 배우는 정말 근사하고 멋있다. '나도 정말 시리즈물을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마흔의 몸과 스물의 열정을 품고 있는 황정민은 '그림자살인' 이후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 드라마 '식스먼스' 그리고 논의 중인 몇 편의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 올 한 해를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언젠가 황정민이 TV토크쇼에서 말했던 '한 방'이 올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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