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결산한 상장회사에서 가장 많은 현금 배당을 받아 화제가 됐던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도 보유중인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1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 공시에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내역들이 공개되면서 알려지게 됐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에 따르면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보유중인 현대중공업 주식 중 14만주를 담보로 100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율은 6.2%였고 주식 담보 기간은 지난해 10월12일부터 올 10월12일까지다. 담보 설정 주식의 가치를 당시 주가(2008년10월10일 종가 19만7000원)를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275억원 상당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정의원의 현대중공업 보유 주식 대비 담보주식 비중은 1.7%에 불구하나 매년 수백억원대의 현금 배당을 챙겨 온 알짜 부자로 알려진 정 의원이 100억원을 대출 받았다는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당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놓고 한화와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대주주인 정 의원도 이를 위한 자금 마련 차원서 대출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의원 측근은 이에 대해 "정 의원의 개인 재산이나 회사 관련된 일은 잘 모른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예전에 차입했던 것을 재 연장 한 것으로 안다"며 "사용처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오너들도 관행상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많이 받고 있지만 주식 부자로 매년 수백억원대 현금을 챙기는 정의원도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미성년자 손주들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주식을 사줘 눈길을 끌었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보유 중인 효성 주식 중 302만주를 우리은행에 담보로 잡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조 회장이 보유한 효성 주식(358만478주)의 84%에 해당된다.
또 조 회장 세아들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문 효성 부회장, 조현상 효성 전무 등도 각각 보유 주식 중 147만8767주, 105만7428주, 124만7150주를 우리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문 부사장은 지난해 10월과 12월 효성 주식을 각각 12만9370주, 2만주를 장내 매수했고 조현상 전무도 같은 시간 12만9370주, 1만주를 샀다.
이에 따라 효성 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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