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인도 뭄바이 빈민가에서 촬영된 영국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81회 아카데미시상식 8개 부문을 수상한 데 대해 인도인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인도인들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8개 부문 수상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 사는 18세 고아소년 자말 말리크가 2천만 루피의 상금이 걸린 인도 최대의 퀴즈쇼 최종 결승에 진출하게 된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트레인스포팅' '인질' '28일 후' 등을 연출한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이 인도 외교관인 비카스 스와루프의 데뷔 소설 '질문과 대답(Q and A)'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배경이 인도인 만큼 스타배우 없이 인도 배우들로 출연진이 구성됐다.
캐스팅 감독 출신인 러브린 탄단이 공동 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음악감독은 인도의 유명한 작곡가 A.R. 라만이 맡았다. 반면 감독,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제작자 등은 대부분 영국인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가족, 친척, 이웃들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반면 인도의 영화 관계자들은 불만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영화 평론가들은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인도 뮤지션이 영화음악을 담당하고 인도 배우를 캐스팅해 인도에서 찍은 영화이지만 외국영화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인도의 영화 제작자 및 감독들은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인도의 현실을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인도의 영화제작자들은 이 영화가 빈민가의 삶을 비춤으로써 서양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화제작자 프리야다르샨 네어는 인도 일간지 '인디아 투데이'에 기고한 글에서 이 영화가 인도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몇몇 인도영화에서 똑똑하게 장면들을 따와 만든 따분한 볼리우드(뭄바이의 옛이름인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영화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인도는 소말리아가 아니다"라며 "인도는 핵 선진국이며 우리의 인공위성이 우주를 비행하고 있다. 경찰청이 오두막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뭄바이 거리에 눈 먼 아이들이 구걸하고 있지도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의 주요 촬영지인 다라비에 위치한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가네시는 "빈민가에선 그다지 축하하는 분위기가 없다"며 "여기 사람들은 그 영화를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인도 영화계의 가장 큰 불만은 그동안 자신들이 일궈놓은 볼리우드 영화의 성공에 대한 아카데미 시상식의 외면이다. 정작 인도 영화계의 거장들과 스타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해냈다는 데에 대한 허탈한 심정인 것이다.
반면 인도의 유명한 뮤지션인 A.R. 라만의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에 대해서는 인도인 대부분 축하하는 분위기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관계자의 입을 빌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성공이 미국과 인도의 지정학적 화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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